현무암 돌길에 너덜너덜…‘2018 트랜스제주 울트라트레일러닝’ 111㎞ 뛰어보니
임재영기자
입력 2018-10-23 15:04 수정 2018-10-23 16:49
20~21일 진행된 ‘2018 트랜스제주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라산 정상을 거쳐 둘레길을 도는 코스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스를 펼쳤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1일 오전 6시40분 제주시 충혼묘지 인근 도로. 여명이 밝아오나 싶더니 어느새 해가 떠올라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레이스를 시작하고 두 번째 맞이하는 해였다. 머리에 착용했던 랜턴을 껐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야간 레이스에서 벗어나니 졸음이 밀려들었다. 허벅지를 꼬집고 뺨을 때려도 잠시 뿐이었다.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앉았다. 바닥으로 고꾸라지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신을 잡았다. 다리근육 통증이 지속되면서 고통도 깊어졌다. 뛰기는커녕 걷기조차 버거웠다. 바닥난 체력을 뒤로 하고 ‘완주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마지막 힘을 짜내 결승선을 겨우 통과했다.20~21일 진행된 ‘2018 트랜스제주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라산 정상을 거쳐 둘레길을 도는 코스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스를 펼쳤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트랜스제주 조직위원회(위원장 현경욱)가 20일부터 21일까지 개최한 ‘2018 트랜스제주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 111㎞에 직접 참가해 레이스를 경험했다. 기자 기록은 27시간20분9초로 제한시간인 30시간 이내 완주에 성공했다. 국내외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를 여러 차례 경험했는데 이번 대회는 준비가 부족한 탓에 고통스런 레이스였다.
20일 오전 6시 제주대 운동장. 56㎞, 111㎞ 부문에 참가한 선수 900여 명이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함성을 지르며 한꺼번에 발을 내디뎠다. 제주지역 울트라 대회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출발한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홍콩, 일본 등 해외 24개국에서 35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올해 2번째 개최하는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의 국제적인 대회로 급성장했다.
20~21일 진행된 ‘2018 트랜스제주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라산 정상을 거쳐 둘레길을 도는 코스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스를 펼쳤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0~21일 진행된 ‘2018 트랜스제주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라산 정상을 거쳐 둘레길을 도는 코스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스를 펼쳤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탐방로 코스를 내려온 뒤 한라산 둘레길에 접어들었다. 56㎞부문과 여기서 코스가 갈렸다. 111㎞부문은 지금까지 개장한 둘레길 전역을 도는 코스로 짜였다. 한라산 탐방로에 이어 둘레길도 울퉁불퉁한 현무암 돌길이다. 꽃향유, 산박하, 털머위, 미역취 등 환하게 핀 야생화를 보는 눈 호강은 돌길의 고통이 엄습하면서 순간에 끝났다. 폭신한 흙길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미 발바닥은 상당한 지압에 녹초가 됐다. 몸은 너덜너덜했지만 결승 라인을 넘은 완주의 기쁨은 레이스 동안 겪은 아픔을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진했다.
20~21일 진행된 ‘2018 트랜스제주 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라산 정상을 거쳐 둘레길을 도는 코스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스를 펼쳤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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