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김성수 동생→피해자→시민 2명…신고전화 4건 녹취록 공개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8-10-23 07:47 수정 2018-10-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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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 김성수가 22일 오전 충남 공주 반포면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 강서구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아르바이트생 흉기 살인사건의 경찰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살인사건은 경찰이 첫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가 돌아간 지 30분도 안돼 벌어졌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당시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에 처음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전 7시38분이다.

첫 신고자는 피의자 김성수(29)의 동생 A 씨로,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1)가 자신들에게 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아니, 일을 크게 키워”라며 신고전화를 시작해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어요. 게임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를 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라며 경찰 출동을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7시43분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인 7시42분 신 씨도 신고전화를 해 “손님이 계속 와서 욕설하고 하거든요.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다 “잠시만요. 경찰 오셨네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다툼을 말리고 약 15분 만에 철수했다. 그러나 30분도 채 지나지 않은 8시13분, 시민 두 명의 신고전화가 연달아 걸려왔다.

첫번째 시민은 “PC방인데 지금 싸움 났어요. 빨리요, 피나고”라며 “빨리 와주세요”라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두번째 시민도 “지금 칼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거든요. 저희는 지금 지나가다 봐서 바로 신고하는 거거든요.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돼요”라고 말했다.

경찰이 “누가요?”라고 되묻자 신고자는 “빨리 오시면 돼요, 그냥”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신고전화를 받은 경찰은 2분만인 8시15분에 현장에 다시 도착했지만, 이미 참변은 벌어진 후였다.

강 의원은 7시43분에 처음 현장에 도착했던 경찰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30분 뒤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경찰 출동에서 사망까지 30분 사이에 한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에 국민들도 공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이번 사건과 같은 전형적인 분노 범죄를 막고 선량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다시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성수는 22일 오후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최장 30여 일간 머무르며 9가지 심리 검사와 뇌파 검사, 각종 신체검사를 받는다. 담당 간호사는 김성수의 생활습관과 행동 등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보고서로 남긴다.

면담과 검사, 간호 기록 등을 종합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 초안을 작성하고, 의사 7명과 담당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정신감정 진료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감정 결과는 향후 재판에서 김성수의 ‘심신미약’ 주장을 판단할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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