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톡톡]“외모관리, 나를 위한 투자” vs “내 주름은 내가 알아서 할게”

이원주기자 , 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입력 2018-10-18 18:12 수정 2018-10-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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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두 해 지나가는 세월을 거스르고 싶은 마음들이 보입니다. 피부 미백 화장품, 주름 제거 보톡스가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남녀노소 불문한 ‘동안’ 열풍이 거세네요. 외모만 좇으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 나를 위한 귀한 투자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해요. 보톡스를 맞고 인상이 환해져서 본인이 만족한다면 충분히 좋은 일이죠. 내 마음대로 외모를 관리하는 것도 행복추구권의 일종입니다. 중년들도 ‘욜로족’ 하면 안 될 이유 없잖아요?” -이미숙 씨(50대·학원 강사)

“미백과 탄력에 좋다는 에센스 제품을 꾸준히 씁니다. 2년째 한 달에 두 번씩은 피부과에서 기미 치료를 받고 있죠. 피부가 망가지고 몸이 흐트러지면 금방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이 낮아지거든요. 꾸준한 자기관리는 내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어 긍정적인 자아를 만들어주죠. 활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우울증 같은 갱년기 질환도 잘 견뎌내니까요.” -장모 씨(47·주부)

“주변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많지만 저는 꿈도 못 꿨어요.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어머니와 둘이서 가게 일을 보거든요. 오전 9시~밤 8시 가게를 지켜야하니 외출할 엄두가 안 나죠. 경제적인 여유도 없고요. 이불 팔아 번 돈으로 몇 십만 원짜리 시술을 받는 건 비현실적인 일 아니겠어요.” -박모 씨(30대·자영업)

“30대 때는 마흔이 넘으면 심각한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걱정하곤 했어요. 그런데 제 마음도 주변 상황도 달라진 게 없네요. 아이들 등하교와 학원까지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보면 개인 시간이 없어요. 오로지 제 자신을 위한 일이라면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유일해요. 아직까지는 초등학생 아이가 늘 우선순위예요.” -이지연 씨(40·주부)

“거울 속의 처진 주름살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50, 60대가 되면 피부를 화장품으로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데 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면 꽤 큰돈이 나가니까요. 남편은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고 싶은 제 마음은 모르고 저렴한 시술이라고 겨우겨우 설득해야 이해해주는 눈치입니다. 나이 들면 이런 게 사는 낙인데 말이죠.” -이정란 씨(67·경기도 안성시 거주)


● 중년 남성, 실버세대까지도

“주중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에 보낸 뒤에 오는 여성 고객이 많아요. 집안일에 얽매여있던 주부들이 1시간이라도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가지는 거죠. 주말에는 젊은 맞벌이 부부가 주로 찾아옵니다. 예전에는 아내 손에 이끌려 오는 남성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남편이 먼저 와서 수십만 원 하는 피부 관리 회원권을 끊기도 해요.” -최모 씨(40대·뷰티에스테틱샵 근무)

“남성이라고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죠. 대인 관계가 중요한 직종의 종사자들은 더욱 관심이 많습니다. 주위에 눈썹 문신을 하시는 분도 많고 비비크림을 바르는 등 옅은 화장을 하는 분도 있어요. 저는 외모 관리를 귀찮아하는 편인데도 미백 기능이 있는 비비크림은 바릅니다. 화장을 안 하던 남성들은 얼굴에 한두 가지만 발라도 달라진 모습이 크게 느껴지죠.” -진현용 씨(43·회사원)

“우리나라 남성들이 전 세계에서 화장품을 가장 많이 쓰고 있으며 새로운 효도상품으로 성형수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외모가 경쟁력인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을 소비하는 연령대도 10대 초등학생부터 외부 활동이 활발해진 70대 이상까지 넓어지고 있는 추세예요. 이제는 젊은 20대들이 주름 개선이나 미백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

“최근에는 중년 남성과 노인들도 성형외과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업무나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점도 빼고 주름도 없애고 싶어 해요. 70~80대 노부부가 함께 시술을 하러 오기도 합니다. 필러, 보톡스, 실리프팅 등의 시술은 국소적으로 부분마취를 해서 신체에 부담이 적어요. 여러 홈케어 기구가 출시되는 등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중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고가였던 줄기세포성형도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있어요. 환자의 수술 회복 부담이 적어서 선호도가 높죠.” -김지나 의료용품 업체 엠에이에스 연구소 이사

●지나친 기대는 금물

“20년 전에 비해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여러 화장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니 피부 면역력이 떨어지고 예민해지는 겁니다. 미세먼지와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도 크죠. 화장품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말고 제품의 궁합과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시판되는 세트 상품이나 광고는 마케팅 수법일 뿐입니다.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모든 단계에서 바를 필요는 없어요.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피현정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보톡스의 경우 눈가와 미간 주름은 시술 방법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지만 목주름 시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체 부위에 따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환자도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죠. 쇼크사 사건이 있었던 마늘주사 같은 건강 보조제성 주사 역시 미용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비타민 결핍 환자에게 주사해보니 피로회복 외에 이러한 증상 개선이 있더라’ 정도죠. 미백 효과에 대해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검증된 바가 없어요.”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얼굴에 맞은 필러가 뭉치는 바람에 왼쪽 볼에 하얀 반점이 생겼습니다. 제거비용이 아깝고 시술 받은 돈도 아까워서 재시술은 받지 않았어요. 비록 부작용이 있지만 푹 꺼져있던 볼이 볼록해지니 턱과 이마에까지 맞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중독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죠. 가끔 시술 부위가 욱신거릴 때는 제 몸에 이물질이 들어있다는 게 실감 납니다. 더 욕심 부리면 큰 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모 씨(40·주부)


● “내 주름은 내가 알아서 할게”


“제 눈가의 짙은 주름을 보고 ‘여자애가 관리 좀 해’라며 지적하는 남성 친구가 있었어요. 주름은 지나간 세월이 오롯이 자리하는 자연의 섭리일 뿐인데 여성들에겐 이를 거스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어요. 우리 사회는 자기 나이보다 많아 보이는 여성은 자기관리를 못한 게으른 여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나와 타자를 쉽게 평가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하죠. 저는 나이와 주름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래서 주눅 들지 않고 주름 쨍하게 웃으며 당당히 말합니다. ‘내 주름은 내가 알아서 할게.’” -오승미 자유기고가

“매스컴에서 ‘외모를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야 한다’고 대답해요. 취향에 맞는 운동법과 피부관리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내면의 힘을 키워야 가능한 것이죠. 주름 좀 있고 나잇살 좀 있으면 어떤가요. 사소한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어제보다 오늘 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경숙 씨(62·시니어모델)

“오늘날의 젊음 열풍이 나이 있는 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 것이긴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이처럼 원기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미덕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젊음이라는 게 모든 이들이 충족시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젊어 보이는 데 실패한 사람들은 조바심을 느끼거나 주위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안티에이징’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창혁(21·서강대 사회학과)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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