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예술이고 음식이며 역사… 박물관서 이 모든 것 즐길 수 있어야”

조종엽 기자

입력 2018-10-10 03:00 수정 2018-10-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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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항만역사관-아트갤러리 운영 추진… 내년 ‘북한의 바다’ 특별전 준비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바다의 역사는 역동적인 관계사이고 국제사”라며 “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수백 회 사신을 보낸 발해, 해양세력 왕건이 건국한 고려 등 우리는 해양의 역사가 유구하다”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바다는 음악이고 미술이고 건축이고 문학일 뿐 아니라 음식, 역사, 산업입니다. 국립해양박물관을 이 모든 것을 체감하고 즐길 수 있는 융·복합적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취임한 지 석 달이 된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63)을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국립해양박물관은 2012년 부산 영도구 해양로에 개관해 상설전시관 8개와 어린이박물관, 해양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해양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국립박물관으로 2016년에는 관람객이 100만 명을 넘기도 했다. 주 관장은 “박물관을 국내 해양 문화의 메카로 만들고, 세계 유수의 해양박물관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양박물관은 역사도 다루지만, 역사만 다루는 박물관은 아니에요. 바다를 소재로 한 심미안을 길러주고, 아이들이 바다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것도 우리 박물관의 역할이지요. 11월 여는 남극 기획전시에는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내용이 담길 겁니다.”

주 관장은 “부산 제1부두 북항의 여객선터미널 리노베이션을 통해 생겨나는 항만역사관을 해양박물관이 운영하기로 했다”며 “거기에 해양문화센터와 ‘오션 아트갤러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9년 특별전으로는 ‘북한의 바다’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나진에는 물개 수백 마리가 사는 물개섬이 있습니다. 바다와 항구가 덜 개발된 상태로 남아있는 거지요. 다른 한편 나진선봉지구를 통해 새로운 물류를 개척하려는 중국, 북극항로의 경유지로 북한 영해를 활용하려는 러시아, 제국주의 시절처럼 환(環)동해를 오가고자 하는 일본 등 주변국은 ‘북한의 바다’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주 관장은 “일제강점기 금강산 해금강으로 수학여행을 갔고, 신포항의 ‘북청명태’가 유명했지만 이제는 분단으로 함흥 청진 나진항의 위치도 잘 모르는 게 당연하게 됐다”며 “특별전을 통해 이 같은 역사적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양박물관은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1646년 이탈리아에서 편찬된 세계 최초 해도첩 ‘바다의 신비’ 등 주요 유물을 소장하고 있지만 막상 선박 유물은 작은 배 몇 척을 빼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주 관장은 “리스본 제노바 오슬로 등 해외 주요 국립해양박물관은 선박이 가장 중요한 수집품”이라며 “앞으로 인도네시아 등에서 배를 수집하고 전통 어로기구도 체계적으로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12월 ‘오션 마이크로 아트 테마전’을 연다. 내년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어민들의 항일운동을 조명하고 테마전시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를 열 계획이다. 주 관장은 “국사편찬위원회와 공동으로 소외돼 온 한국 해양문화사 총서를 편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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