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채식버거,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불신’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입력 2018-10-04 03:00 수정 2018-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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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로움’의 곡물패티버거와 두유라테. 임선영 작가 제공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밀가루 빵과 육식에서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이 요즘 즐겁게 드나드는 곳이 있다. 글루텐 프리, 동물성 재료 프리를 주창하는 채식 카페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대국인 미국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 홍콩,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 트렌드로 이어졌다. 빌 게이츠가 콩고기와 채식버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에 약 840억 원을 투자했고 뒤를 이어 홍콩의 거부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맥도널드에서는 채식버거 ‘맥비건’을 개발해 유럽 시장인 스웨덴과 핀란드에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일본에서 유명한 모스버거도 모든 버거에서 비건 패티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에도 채식 베이커리, 카페가 열풍이다. 서울 홍익대 부근과 이태원에 하나둘 생긴다 싶더니 체인점으로 발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온라인 마켓도 성황이다. 인기의 중심에 있는 채식버거는 무엇으로 만들까. 밀빵 대신 쌀가루로 번을 굽고 육고기 대신 콩고기로 패티를 만든다. 치즈는 코코넛오일이나 캐슈넛오일로 만들어진다.

밀가루와 고기가 빠진 버거가 과연 맛있을까. 콩고기버거를 두 손에 감싼 후 불신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쌀빵은 폭신하니 개운하게 녹았고 잎채소와 토마토, 아보카도와 양파는 입안의 침샘을 상큼하게 터뜨렸다. 그 안에 뛰어든 숯불향 콩고기. 언양 불고기 못지않은 감칠맛이 아닌가. 이게 끝이 아니다. 쫀득하게 녹아든 비건치즈는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곁들이는 커피에도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진하게 추출된 에스프레소에 소이밀크, 아몬드밀크, 오트밀크가 더해져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배가된다. 소화가 잘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그러나 채식버거도 검토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 콩에서 단백질만 추출했을 때 인체에 유익하게 소화 흡수되는지, 접착성을 위해 가미된 글루텐이 유해하지는 않은지. 존 맥두걸 등 미국의 영양학자들은 콩고기를 공장에서 생산된 단백질과 첨가물 덩어리로 된 ‘가짜 음식’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많은 채식 카페와 베이커리 3곳이 있다. ‘야미요밀’에서는 50여 가지의 쌀빵이 만들어지며 비건 디저트 종류도 다양하다. 식사로 좋은 숯불구이버거는 콩고기가 푸짐해서 하루 종일 든든하다. ‘소이로움’은 모녀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곡물패티버거가 으뜸이다. 서리태를 곱게 다져 떡갈비 반죽하듯 정갈하게 굽는다. 통밀번이 기본인데 1000원을 더 내면 글루텐 프리 현미번으로 바꿀 수 있다. 콜롬비아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남미플랜트랩’은 콩고기와 비건햄을 넣은 수제 피자가 일품. 병아리콩과 토마토소스를 잘 활용한 칼초네와 파스타도 일류 레스토랑의 풍미를 뛰어넘는다.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야미요밀: 서울 마포구 양화로 7길 6-5. 런치세트(숯불구이버거, GMO 프리 감자튀김, 수제청에이드) 7800원, 두유라테 4500원

○ 소이로움: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41. 곡물패티버거 1만 원, 포두부볶음국수 9000원, 보리커피 3500원

○ 남미플랜트랩: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4안길 55. 남미버거칼초네 1만3000원, 비건치즈 야채피자 1만1000원, 남미토마토파스타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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