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가을 불청객 ‘꽃가루 알레르기’… 면역치료가 새 희망될까

동아경제

입력 2018-10-02 09:07 수정 2018-10-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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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석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역대 최악의 폭염이었던 여름이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보다 선선한 가을이 더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가루에 의해 눈, 코, 기관지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는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등의 질환으로 나타난다. 다른 계절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가을철만 되면 콧물, 재채기, 눈물, 눈 가려움, 호흡곤란,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을 호소하는 경우 주로 가을철에 날리는 잡초류의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천식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은 많은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다만 약물을 사용할 때는 꽃가루가 날리는 동안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꽃가루가 많이 날릴 땐 외출을 자제하는 등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계절이 시작되기 2~4주 전부터 약물을 꾸준히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적은 약물 사용만으로도 쉽게 치유할 수 있다. 알레르기 염증은 불과 비슷해 작은 불씨가 큰 산불이 되기 전에 먼저 약물을 잘 사용하면 염증을 조절하는데 필요한 약물의 전체량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치료만으로는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약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도 있다. 이럴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알레르기 면역치료(이하 면역치료)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가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개인의 체질이 원인이 되는데 면역치료는 이런 체질을 누그러뜨려서 질환의 원인 자체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면역치료의 원리는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잡초 꽃가루)을 조금씩 피부 아래 주사하거나 혀 아래 점막을 통해 흡수시켜서 점점 몸이 꽃가루에 대해서 내성이 생기게 만드는 것이다.

면역치료의 역사는 19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레오나르드 눈(Leonard Noon)이 처음 시도해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당시에 가축들을 먹이기 위해 쌓아 둔 건초 가까이 가면 화끈거리면서 감기 증상이 발생해 그런 질환을 ‘건초열(hay fever)’이라고 불렀는데 건초열에 대한 예방접종을 만들기 위해 건초의 추출물을 이용해 예방접종을 시도했던 것이 현재 면역치료의 효시가 됐다.

당시에 이야기했던 건초열이 꽃가루 알레르기였으니 알레르기 면역치료의 최초 적응증이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후 수없이 많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면역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100년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면역학적인 지식이 많이 알려졌지만, 면역치료와 예방접종만큼 인간의 면역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치료인데도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 면역치료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치료 과정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면역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은 개인의 원인 물질에 따라서 ‘개인 맞춤형 약물’을 제조해 사용한다. 이런 약물의 제조사는 유럽이나 미국에만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에 직접 처방을 보내서 약제를 받아오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약제의 원료를 이용해서 국내에서 직접 약물을 제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원료는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고 또 약제를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한다.

두 번째로 가장 큰 문제는 이 치료를 시행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면역치료는 주사를 사용하건 혀 밑에 넣는 약을 이용하건 최소 3~5년 이상 치료를 해야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5년이란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 몸의 방어를 담당하는 면역체계를 속이기 위해서 이 정도의 수고는 필요한 것이 어찌 보면 생명유지를 위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이런 면역치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면역치료의 기간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임파선 내에 면역치료 약물을 직접 주사하는 방법, 면역치료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피부에 붙여서 면역치료를 하는 방법 등이 국내외에서 연구되고 있다. 아직은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기엔 장애물이 많지만 언젠가 이런 방법이 도입되면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양민석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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