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러 연해주 산업단지에 ‘北 근로자 고용’ 방안 검토 논란

최고야 기자

입력 2018-10-01 03:00 수정 2018-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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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후보지 시찰 대외비 보고서에 “北근로자 생산성 높아 선호”
면적 150만m² 사업비 900억 프로젝트… 김석기 의원 “대북 우회지원 밝힐것”
LH “일부 자문위원 의견일뿐” 해명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러시아 연해주에 내년부터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고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까지는 유엔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산 석탄 반입에 이어 또 다른 남북 경협 과속 논란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H가 30일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실에 제출한 러시아 산업단지 관련 시찰 및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LH는 4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KOTRA 관계자 등과 산단 후보지역 시찰을 위해 러시아 연해주를 다녀왔다. LH는 이후 작성한 대외비 출장보고서에서 “향후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감안해 북-러 접경지역(하산) 인근 한국산업단지 입지를 검토한다. 북한 근로자 임금은 월 80∼120달러(약 8만8000∼13만3000원), 러시아 근로자 임금과 유사하나 생산성 높아 선호”라고 밝혔다. 연해주는 북한 노동자들이 벌목공 등으로 취업해 있는 대표적인 해외 외화벌이 지역 중 하나여서 상대적으로 현지 채용이 용이하다.

LH는 이후 5월과 9월 현지출장과 기업 수요조사를 통해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나데즈딘스키를 산단 후보지로 정했다. LH는 2019∼2023년 사업계획 확정 및 기업 입주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산단 조성비용은 총 900억 원, 면적은 150만 m² 규모인 대형 프로젝트다.

LH가 1∼7월(총 17회) 실시한 외부전문가 자문 결과 보고서에서도 북한을 우회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LH는 3월 작성한 한-러 산단 추진방향에 대한 자문결과 보고서에서 “(러시아) 북방은 남북협력사업의 배후지 또는 납북협력사업을 견인할 수 있는 우회적 우선 추진사업으로 검토되는 측면이 강하다. (해당 지역은)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용 노동력 문제는 물론 배후시장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성 부족’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3월 또 다른 자문회의 결과 보고서에서는 “연해주 산단은 남북이 연결돼야 큰 의미가 있다. 수익성을 떠나 대북사업 우회 전략 중 하나로 지속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러시아 산단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제시한 북방경제협력 ‘9개의 다리’ 사업 가운데 하나다.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로 현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단지 조성에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겠다는 LH의 구상은 현재로선 유엔 안보리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해 9월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 해외 노동자의 신규 노동허가를 금지하고 계약 연장을 금지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더 나아가 북한 해외 노동자를 24개월 내 북한으로 송환토록 하고 있다. 김석기 의원은 “북한산 석탄 수입과 연해주 산단 조성에서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우회 지원 의혹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북한 노동자 고용 가능성과 관련해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주로 러시아, 중국 노동자 고용을 전제해 추진 중인 사업”이라며 “자문회의의 북한 노동자 관련 대목은 일부 자문위원의 의견일 뿐이며 해외 출장 보고서에 참고사항으로 북한 노동자 임금을 적어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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