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수교 17國뿐인 대만 “유럽유일 바티칸 돌아서나” 불안

위은지 기자

입력 2018-10-01 03:00 수정 2018-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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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中 합의안 서명에 촉각, “中 압력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
14일 시성식에 부총통 특사 파견… 中, 자금력 앞세워 ‘단교 공세’
美, 中견제 위해 대만지원 나서


주교 임명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던 중국과 바티칸이 지난달 22일 예비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최근 ‘단교 사태’를 겪고 있는 대만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바티칸이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할 경우 유럽 유일의 대만 수교국인 바티칸이 대만과 단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합의안에는 중국 정부가 교황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명한 중국 주교 7명을 바티칸이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만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바티칸과의 관계는 안정적”이라고 밝히면서도 “중국으로부터 압력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 2년간 리모델링 중이었던 주대만 바티칸대사관을 재개장하고, 14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시성식에 천젠런(陳建仁) 부총통을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 유럽의 유일한 수교국을 잃지 않으려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2016년 이후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5개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는 ‘단교 도미노’가 있었다. 이들 5개 나라는 대만과 단교한 후 중국과 수교했다.

잇따른 단교 사태에 대만 못지않게 민감한 나라는 미국이다. 현재 대만 수교국은 17개 나라로 대부분 남태평양 섬나라와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이다. 남중국해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중국의 남하를 막고, 미국의 앞마당인 중앙아메리카에 중국이 영향력을 뻗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입장에선 대만 수교국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초 코리 가드너 미 공화당 상원의원,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에 미국의 원조를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만 동맹국 국제보호법’을 발의했다. 이어 미 정부는 최근 대만과 단교한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3개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서반구 국가들은 팽창주의적인 외국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독립을 지키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중국을 향해 간접적으로 경고했다.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와 ‘관광객’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올 5월 대만과 단교한 도미니카공화국은 단교 직전 중국으로부터 약 31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차관을 받았다. 대만 외교부는 8월 엘살바도르가 단교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 “엘살바도르가 2019년 대선에 자금을 지원하고 항구 건설에 투자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2011년부터 남태평양 11개 섬나라에 약 13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하는 등 해양 자원이 풍부한 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을 겪었을 때처럼 팔라우, 바티칸 등 대만 수교국에 단체 관광객을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압박을 넣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이민자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앙아메리카 국가 입장에서는 중국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대만 수교국인 온두라스의 후안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전임 행정부가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투자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에 지원한 금액은 2016년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었다.

게다가 미국의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국경을 넘지 못한 이민자들이 중앙아메리카로 몰리면서 각 국가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중남미 지역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들도 엘살바도르와 파나마의 전례를 따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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