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3중고와 싸운 20대 농부들의 추석맞이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입력 2018-09-21 03:00 수정 2018-09-21 03:00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세 친구는 ‘농부 어벤저스’로 불린다. 한국농수산대 10학번 동기들로 서로 품앗이 농사를 지으며 각자 1억 원 안팎의 연매출을 올리는 20대 청년들이다. 1년 전 채널A에 나왔던 이들을 기자는 ‘N포 세대와 달리 취업도 연애도 무엇도 포기하지 않은 모범 청춘’으로 칼럼에 소개한 적이 있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농부 어벤저스의 올해 작황이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다들 변덕스러운 날씨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휘청거리는 한 해였다고 했다. ▽박상봉(26·강원 정선·곤드레)=연간 순익이 6000만∼700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많이 줄었어요. 곤드레는 5월 초에 서둘러 내놔야 하는데 봄 가뭄에 냉해까지 겹쳐 늦어졌죠.
▽정우진(27·경북 상주·곶감)=감은 날씨를 덜 타는 작물이에요. 올해는 폭염 때문에 크기가 조금 작습니다. 곶감은 90%가 설에 유통되는데 올 설에 완판을 해서 순익이 1000만 원 정도 늘었어요.
▽최동녘(27·강원 양구·유기농 사과)=우박에 냉해에 폭염까지 겹쳐 순익이 4000만 원으로 줄 것 같아요. 사과는 껍질이 얇고 빨간색을 내기가 어려워 유독 까탈스러운 과일이죠. ‘마움(마음에 움트다)’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국내외 병충해와 사과농사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 일본에만 다섯 차례 갔다 왔어요.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습니다.
▽박=최저시급에 맞춰 일당을 7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올렸어요. 그래도 농촌에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요. 외국인을 쓰려고 해도 다들 식당일을 하려고 하지 힘든 농사일은 싫어해요.
▽정=최저임금 인상엔 찬성하지만 감 값이 오르진 않으니 힘드네요.
▽최=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인건비는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예요. 셋 중 하나라도 내 편이 되면 좋겠어요.
―이상기후 현상은 계속되고, 농사는 더욱 힘들어지겠죠.
▽정=6년 차 농부인데 어렵지 않은 해가 없어요. 다행인 건 대처능력이 조금씩 나아진다는 거예요. 스트레스에도 무디어지고요. 버티는 거죠.
▽최=힘들어지는 만큼 점점 매력을 느껴요. 농사는 내가 주도하는 일이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작물의 영양 생식을 알아야 하고, 하우스 고치고 집도 지을 줄 알게 되죠. 종합적인 배움이랄까. 매년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35세까지는 돈 벌 생각 안 해요.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경험치로 쌓이겠죠.
―쇼트트랙의 심석희 선수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박=늘 불안해요. 올해 1억 원 벌었다고 내년에도 그 돈을 번다는 보장이 없죠. 그래도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올해는 땅 1000평 더 샀고, 저온 창고도 지었어요.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로 농사짓습니다.
▽정=올해 초 청년농업인단체(4-H연합회)의 상주시연합회장을 맡았어요. 멋지게 꾸려나가며 청년 농부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보려고 해요.
―요즘 젊은이들은 명절에 취업이나 결혼 계획을 묻는 어른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죠. 세 분은 직업도 여자친구도 있는데 그래도 추석이 부담되나요.
▽박=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저는 명절 때 음식 장만하느라 바쁩니다.
▽정=‘결혼 언제 할 거냐’는 말은 부담돼요. 하고 싶지만 자본금 없이 농사를 시작하다 보니 아직…. 그래도 제가 농사지은 감으로 차례상을 차린답니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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