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을 같은 잣대로 취급하나

동아일보

입력 2018-09-19 03:00 수정 2018-09-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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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으로 술렁이는 의료계

작년 2월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사실상 통과됐다. 천정배 최도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크게 사무장병원 개설 금지와 면허 대여 금지, 비의료인 사무장병원 개설 시 벌칙 상향 조정이 주 골자다. 사무장병원과 의료인 면허 대여를 근절하고 이들에 의한 의료기관 불법 개설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를 통과했으며 20일 복지위 전체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사무장병원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발의된 개정안 중에는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조항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복지위의 소위를 통과한 개정 법률안을 살펴보면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간의 면허 대여를 금지하고 있지만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의사 사무장병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제재 규정을 신설하는 등 강력한 의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역시 요양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와 부당이득 연대 징수 대상에 추가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과 의료인 간의 동업 관계로 운영되는 네트워크병원을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의 차이를 구분하고 의료인이 정당하게 진료를 했을 경우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명시한 판결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의료인 간의 동업이나 투자 행위를 사무장병원 운영과 동일하게 취급해 면허 취소까지 가능토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네트워크병원에 대해 요양급여 지급 정지, 혹은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집행하고 몇몇 병원들과 요양급여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최근 법원은 판결을 통해 의료인 간의 동업이나 투자는 사무장병원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의료인이 한 진료 행위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 직후 건보공단의 김준래 수석변호사는 수백억 원의 건보 재정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건보 재정 누수설을 주장했다. 건보공단과 최도자 의원은 다수의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하고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A네트워크 관계자는 “본래 정당하게 지급됐어야 할 요양급여를 무리하게 환수하고서 재판에서 지자 오히려 건보 재정을 강탈당했다는 듯이 표현하는 건보공단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B 의료인도 “사무장병원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의료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정부와 국회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일부 의료계는 의료인의 동업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개정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 간 동업 관계는 면허 취소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의료계는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임상연구 공유, 의료 서비스 질 개선 효과가 높은 네트워크병원이 없어지면 모든 의료기관이 전근대적인 동네의원 형태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금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의사 간 면허 대여 관련 조항은 이미 의료법 안에 처벌 규정이 있으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제청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위헌이 나올 경우 최도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의미 없는 법안이 돼버려 헌재 결정을 기다린 후에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헬스동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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