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18] 기자의 눈으로 본 IFA - 6일간 보여준 현재와 미래

동아닷컴

입력 2018-09-10 18:58 수정 2018-09-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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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18.(출처=IT동아)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6일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 소비자 가전은 물론이고 PC와 스마트폰 등 소형 제품 등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상반기 CES(소비자가전전시회)가 있다면 IFA는 하반기 신제품과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회로 손꼽힌다. 이 시기에는 세계인의 눈이 유럽 시장에 집중된다는 이야기다.

IFA 전시장 규모는 기자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컸다. CES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 공간을 최대한 돌아다니며 참가한 기업들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이 IFA 2018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현재와 미래는 무엇인지 정리해 봤다.


OLED와 QLED 그리고 8K

디스플레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었다. 하나는 패널 형태, 그리고 해상도였다. 패널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눈으로 감상하는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 부분은 현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양자점 필름 액정 디스플레이(QLED)가 이끌고 있는 상황.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TV 제조사들이 OLED를 선택해 주류임을 입증했다.

8K OLED TV를 공개한 LG전자.(출처=IT동아)

OLED는 LG전자를 시작으로 소니, 파나소닉, 샤프, 하이얼, 스카이워스(메츠), 베스텔, 도시바, 창홍 등 다수였던 반면, QLED는 삼성전자와 TCL, 하이센스 등에 불과했다. 하이센스는 QLED라는 이름이 아닌 ULED라는 자체 이름을 알리는 모습이다.

각각의 장단점은 분명하지만 색재현 능력이나 반응속도 등 체감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액정 디스플레이 기반인 QLED 대비 OLED가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하지만 이것도 향후 기술 개발로 인해 마이크로(Micro) LED로 이동하면 시장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4K를 뛰어 넘어 더 선명한 8K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LG전자가 88인치 OLED TV를 선보인 가운데, 삼성은 다양한 8K QLED TV를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샤프도 판매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8K 해상도의 TV를 선보였다.

프리미엄을 넘어선 '초' 프리미엄

IFA에서 두드러진 모습은 가전 브랜드 다수가 '프리미엄'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일반 소비자 시장 외에도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운 시장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더 독특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하는 '초프리미엄'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일부 존재했다. 초프리미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

LG전자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라는 별도 전시관을 꾸려 차별화를 꾀했다.(출처=IT동아)

다양한 제품과 전시를 볼 수 있었다. LG전자는 시그니처(Signature)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으로 초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가전 라인업을 전시관에 내세우며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아 상대적으로 힘은 부족한 듯 했다.

유럽 시장을 쥐고 있는 전통 브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드롱기(DeLonghi) 그룹, 지멘스(Siemens), 보쉬(Bosch), 미엘레(Miele) 등도 자사 이미지를 더 강화하기 위한 라인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장르도 크고 작은 주방가전부터 생활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견고한 방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가전의 도약

약 8개월 가량의 시간 차이였다 하더라도 기술의 진화와 융합은 기대 이상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른 것 같다. 인공지능 가전이 그 중 하나다. 사실, 이 기술들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등장했고, 연 초에 개최됐던 CES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략적인 개요와 청사진 정도를 보는 것에 그쳤다면 IFA에서는 실제 활용하는 단계에 접어든 제품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스마트 기기와 가전제품을 인공지능으로 연결하는 기술은 많은 제조사들이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분야다.(출처=IT동아)

TV와 인공지능 스피커는 기본이고 본격적인 스마트홈 구축을 위해 대다수 가전에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세탁기, 냉장고, 의류관리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세탁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확대 적용되는 모습. 아직은 간단한 명령을 인식해 수행하고 제품에 따라 일부 상황을 안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나 향후 능동적인 기능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기술 개발도 치열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LG전자는 씽큐(ThinQ), 삼성전자는 빅스비(Bixby)라는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각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선도 기업의 플랫폼도 함게 적용해 범용성을 넓혔다.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 아마존 알렉사(Alexa), 쇼핑을 결합한 아마존 대시(Dash) 등이 대표적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외에도 소니, 파나소닉, 베스텔, TCL, 하이얼, 보쉬, 지멘스 등 사실상 인공지능 가전은 전 세계 모든 IT 브랜드들이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들 외에도 더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유럽에서도 PC는 '게이밍' 친화적

유럽 게이밍 PC 시장에 대한 잠재력도 상당한 듯 하다. 많은 PC 제조사들이 IFA 전시관 내 자리를 잡고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게이밍 PC 혹은 관련 부품을 공개한 브랜드는 레노버(Lenovo), 델(Dell), MSI, 조텍(ZOTAC), 에이서(Acer) 등이다. 게이밍 주변기기로 눈을 돌리면 LG전자, 삼성전자, 레이저 등으로 확대된다.

레노버의 게이밍 PC '리전(Legion)'.(출처=IT동아)

하지만 국내 게이밍 PC 흐름과 조금 다르다면 화려함을 강조하기 보다 성능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는 부분이다. 디자인이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요소를 첨가한 것은 존재해도 그 수가 많지 않았다. 화려함을 절제하고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저장장치 등을 채택해 게임 몰입감 자체가 뛰어남을 알린 PC와 노트북 수가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다.

주변기기, 특히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LG전자는 울트라기어(UltraGear) 시리즈로, 삼성전자는 QLED 게이밍 모니터로 유럽 게이머들을 유혹했다. 모두 제품에 따라 모니터 주사율 보정 기술(짖싱크 혹은 프리싱크)이 적용됐고 다양한 형태의 비율과 해상도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LG 울트라기어 34GK950G.(출처=IT동아)

IFA에 모습을 드러낸 게이밍 디스플레이는 27~34인치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크기는 더 커질 듯 하다. 삼성전자는 QLED TV를 게이밍에 접목하기 시작했고, 일부 게이밍 브랜드도 대형 디스플레이에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시연대를 배치했다. 이 시장은 크면 클수록 좋은 듯 하다.

드디어 '쓸만한' 수준이 된 스마트 시계

스마트시계의 역사는 제법 오래 되었다. 2013년 전후로 제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계, 스마트밴드 모두 이 시기를 바탕으로 세력을 넓혔다. 애플도 애플워치로 시장에 가세했다. 하지만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성과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IFA 전시장 내에서는 그럴듯한 스마트시계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는 파슬(Fossil)이다. 전통 스마트시계나 하이브리드시계 등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던 브랜드인데 이번에 차세대 스마트시계를 공개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파슬은 자사 브랜드 외에도 마이클 코어스,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 패션 시계 브랜드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제품들도 공개해 주목 받기도 했다. 기존에도 제품을 선보였던 가민(GARMIN), 카시오(CASIO), 핏비트(Fitbit) 등이 가담한 모습이다. 핏비트와 가민은 스마트밴드도 함께 선보였다.

파슬 그룹의 스마트시계. 디자인이나 배터리 성능 등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출처=IT동아)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몹보이(Mobvoi)는 틱워치(TicWatch) 시리즈를 공개했는데 디자인이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기존 1~2세대 이전 정도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려는 전략을 취하는 듯 했다. 카시오도 마찬가지인데 기술적인 부분을 다른 시장 공략으로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공개된 제품 대부분이 아웃도어에 특화된 형태를 보였다.

운영체제는 모두 최근 구글이 공개한 웨어 운영체제(Wear OS)를 채택했다. 이를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차별화 전략을 기능보다는 시계 본연의 외모에 초점을 두고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때문에 지금보다는 앞으로 1~2세대 정도 더 지난 이후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디자인, 배터리 효율 등이 기대를 충족할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무선'과 '노이즈캔슬링'에 집중한 오디오

오디오 시장은 차분해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가전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을 펼친 곳 중 하나다. 특히 유명 오디오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베이어다이나믹(Beyerdynamic), 젠하이저(Sennheiser)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무선 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오디오 상품을 공개했다.

뱅앤올룹슨 베오사운드 엣지. 독특한 무선 스피커였다.(출처=IT동아)

뱅앤올룹슨은 베오사운드 엣지(Beosound Edge)가 단연 압권이었다.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로 지름 약 50cm 가량의 원통형 디자인인데 벽에 걸거나 바닥에 놓아 쓸 수 있다. 마감을 그들의 전통 소재인 알루미늄을 적용해 고급스럽다. 여기에 2개의 트위터(고음),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중음), 대형 우퍼(저음)를 각각 탑재했으며 디지털 앰프를 6개 달아 자연스러운 음색을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젠하이저는 완전 무선 이어폰인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Momentum True Wireless)를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여느 완전 무선 이어폰과 같은 형태로 평상시에는 케이스 내에 보관해 충전해 두었다가 필요하면 꺼내서 음악을 듣는다. 크기는 조금 큰데 이는 7mm 드라이버 유닛과 배터리 등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aptX 저지연(Low Latency)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베이어다이나믹의 라군 ANC. 무선 헤드폰으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탑재했다.(출처=IT동아)

베이어다이나믹은 시장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무선 및 노이즈캔슬링(Noise Cancelling) 기술을 적용한 헤드폰과 게이밍 헤드폰, 마이크 등이 주를 이뤘다. 프리미엄 헤드폰/이어폰 브랜드 중 하나였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선택이 돋보인다.

야마하(YAMAHA)도 네트워크 오디오 기술인 뮤직캐스트(MusicCast)를 적극 활용한 제품을 다수 선보였다. 와이파이를 활용한 턴테이블, 무선 오디오, 사운드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스마트기기(혹은 PC)에 앱을 설치하고 기기를 연동해 두면 무선(혹은 유선)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무선은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 하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한 스마트폰

여러 제품들이 공개되어 주목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은 주목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미 여러 제품들이 사전에 단독 행사 등으로 공개됐거나 이미 출시되었던 제품을 다시 전시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신선도가 떨어지고 어디서든 경험해 볼 수 있으므로 관람객 입장에서 보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시관 내에 배치된 갤럭시 노트 9 시연대 모습.(출처=IT동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 전시관에는 갤럭시 노트 9를 대거 배치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관람객들의 시선을 크게 사로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미 유럽에서도 양판점이나 전용 매장 등에서 체험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스마트폰 이외의 사용 방법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 정도. 사정이 그렇다 보니까 시연대는 곳곳이 비어 있었다.

소니가 그나마 컨퍼런스를 통해 엑스페리아 XZ3를 공개했지만 관심을 크게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니 스마트폰 자체가 시장 주류가 아니라는 점이 이유다. LG전자는 G7의 확장 라인업인 G7 피트(Fit)와 G7 원(One)을 각각 공개했지만 부각시키지 않았다.

ZTE, 화웨이 등도 전시관을 마련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선보였지만 이미 출시가 이뤄지고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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