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폐기 문서, 트럼프 서명 직전 참모가 몰래 없앴다”

한기재기자

입력 2018-09-06 03:00:00 수정 2018-09-0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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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출간 밥 우드워드 책 ‘공포’…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 민낯 폭로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올해 1월 19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왜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한반도에 주둔시키며 많은 돈을 써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주한미군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4일(현지 시간) 일부 내용이 공개된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448쪽 분량)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주한미군의 비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한미동맹의 의미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매티스 장관과 참모들이 “알래스카에선 15분 걸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 감지를 주한미군은 7초 안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도무지 설득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화가 난 매티스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측근들에게 “대통령의 행동과 (국제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5, 6학년 수준이다”라고 불평했다고 이 책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대북 선제타격 방안을 고려했으며 수개월 전까지도 주한미군의 존재 가치에 의구심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전설적인 기자의 폭로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책에 언급된 것과 유사한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는 과거 보도와 맞물려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 “트럼프, 대북 선제타격 검토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후인 지난해 2월경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 ‘선제타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신간은 던퍼드 의장이 몹시 당황했다고 전했으나 이후 대북 타격 계획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에 실제로 서명하려 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게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며 이 문서를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서 치워 한미 FTA 폐기가 가까스로 모면됐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서가 사라진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감정 문제로 단순하게 치환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칭한 것에 대해 참모들이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지도자와 지도자 간의 (의지의 대결)이다. 남자 대 남자, 나와 김정은의 문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 트럼프, 정말 주한미군 철수 고려했나

트럼프 대통령은 신간 내용이 알려진 4일에만 7개의 관련 트윗을 올리며 책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우드워드는 트럼프 백악관에서 직접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수백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하고 관련 문서들과 메모들 그리고 트럼프의 친필 노트까지 참고해 책을 썼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간을 통해 전해진 한반도 관련 ‘공포의 정책’은 비슷한 내용을 전했던 이전 보도를 보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신간은 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가치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는데,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2월)이 열리기 전 ‘주한미군 전면 철수’를 지시하려 했으나 존 켈리 비서실장의 만류로 무마됐다고 5월에 전한 바 있다. 당시 켈리 실장은 “내가 나라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올 초 불거진 미국의 대북 정밀타격 계획을 둘러싼 ‘코피 작전’ 논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선제타격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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