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혜택 주며 등록 유도하더니… 집값 계속 뛰자 정책수정 나서

강성휘 기자 , 박재명 기자 , 송충현 기자

입력 2018-09-03 03:00 수정 2018-09-0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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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과세 강화]

정부가 8개월 만에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철회하기로 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자 그동안 내놓은 대책까지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책 안정성 훼손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 다주택자들이 최장 8년간 집을 임대로 내놓으면 세제 혜택을 주되 임대료 인상 폭을 연간 5% 이내로 묶으면 집값과 전·월세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8·2부동산대책 시행 1년이 지난 지금은 임대사업자 증가가 오히려 주택 가격 급등 원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울 등 수요가 많은 곳의 아파트가 임대주택으로 묶이는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거래는 주는데 집값은 오르는 상황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 부정적인 정권 지지층의 반발마저 커지자 정책 조정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 8개월 만에 임대사업 혜택 ‘유턴’

정부가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를 추진하는 근본 원인은 ‘투기 조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임대 등록하면 혜택이 많으니까 집을 더 사자’는 붐이 일고 있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해 세제 혜택 외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혜택도 주니 집을 더 쉽게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 등에는 임대주택 등록 혜택을 활용해 부동산 투자를 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적지 않다. 임대업 등록을 통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거나, 비과세 혜택을 이용한 ‘갭 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굿모닝공인 황화선 대표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강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임대사업자 종부세 합산 배제 조항을 이용해 집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이 ‘투기꾼’인지, 또 주택시장을 실제로 교란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해 8년 동안 집을 팔지 않고 장기 투자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게 ‘투기꾼 딱지’를 붙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 올해 7월까지 새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8만819명으로 지난해 전체 신규 등록자(6만2644명) 수를 넘어섰다.


○ 툭툭 튀어나오는 대형 대책


국토부는 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자 토요일인 1일 ‘추가 설명자료’를 내고 “기존 등록 임대주택이 아니라 신규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만 과도한 세제 혜택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은 혜택 축소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언제부터 어느 정도 혜택 축소를 할 것인지를 밝히지 못해 오히려 혼란만 키우게 됐다. 국토부 고위 당국자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부분은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아직 협의하지 않았다”며 “언제부터 실시할 수 있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 내 혼선도 감지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 세법 개정안에서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줘 임대물량 공급을 늘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줬는데 이제 와서 세제 혜택을 철회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세대출 제한 방안을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정협의에서 결정한 종부세 개편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해 국회에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2대책 발표 1년도 되지 않아 정책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정부의 큰 그림이 없다는 것”이라며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깎아 내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임대사업자 혜택은 줄이고 관리는 강화

정부는 앞으로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별개로 최근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 우선 이달부터 전국 임대주택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임대차시장 통계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는 595만 채인 다주택자 임대주택 흐름을 총괄하는 시스템으로 건축물대장, 실거래 정보, 임대등록 데이터, 재산세 정보 등이 담긴다. 국토부 측은 “집주인이 임대주택으로 등록을 하지 않아도 전세를 주는지, 월세를 주는지 정부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이달에 신규 택지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30개 신규 주택 공급 후보지를 찾고 있다. 추석 전에 일부 지역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성휘 yolo@donga.com·박재명·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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