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부는 女風… 시계 시장 넘보다

강승현기자

입력 2018-08-31 03:00 수정 2018-08-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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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시계 브랜드 여심 잡기 나서

올해 바젤월드 2018 태그호이어 전시장 여성 섹션.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올해 3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시계·주얼리 박람회 ‘바젤월드(BaselWorld) 2018’ 현장에는 직경 크기가 작고 장식이 화려한 ‘여성용 시계’가 유독 많았다. 남성 시계로 잘 알려진 태그호이어 전시장에는 ‘Ladies’라고 적힌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한 외국인 여성은 “태그호이어는 남자 시계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생각보다 여성 제품이 많이 전시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국제 시계박람회는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파텍필립, 위블로, 브라이틀링, 오메가 등 유명 시계업체들은 ‘크고 기능적인 요소를 강조한’ 제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단골고객 대부분이 남성인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올해 바젤월드는 달랐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들은 작정한 듯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앞다퉈 내놓았다. 여성 고객을 겨냥한 듯 시계 크기가 직경 40mm 미만인 제품들이 많았다.

날개 모양의 브랜드 로고로 잘 알려진 브라이틀링도 여심 사로잡기에 적극 뛰어든 모습이었다. 브라이틀링은 올해 바젤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인 ‘내비타이머1’의 직경 38mm 모델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40mm 미만 크기의 모델을 출시한 적이 없는 브라이틀링이 올해 크기가 작은 남녀 공용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여성만 공략한 제품 라인을 최초로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메가 트레저
상대적으로 남성 제품이 많은 오메가도 올해는 여성 전용 라인인 ‘트레저’를 주력 제품으로 선보였다. 미(美)적 측면을 강조한 트레저는 직경 36, 39mm 모델로 시계 뒤쪽에는 여성 고객들을 의식한 듯 거울을 장착했다.

파네라이 루미노르 두 에 3 데이즈 오토매틱 아치아이오. 파네라이 제공
유명 시계 브랜드들이 여성 고객 모시기에 나서면서 남성 중심의 시계 시장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하이엔드 시계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최근 커진데다 남성 고객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브랜드들이 새 시장 개척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시계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급 시계 브랜드 대부분이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에 집중했지만 최근 디자인은 물론 기술력까지 갖춘 하이엔드 시계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 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여성 고객들의 고급 시계 구입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수입 명품시계 성별 비중은 2016년 남성이 80.2%로 월등히 높았지만 지난해 여성 비중이 26.3%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1∼7월)는 여성 고객 매출이 38.6%까지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신장률도 비슷한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2016년 남성 수입시계의 전년 대비 신장률은 26.1%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여성은 41.3%라는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올해 1∼7월도 전년 대비 23.0% 신장률을 보인 남성과 달리 여성은 36.5%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예거르쿨트르 랑데부 나잇&데이. 예거르쿨트르 제공
시계 업계에 따르면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까르띠에 등과 같이 깔끔하면서 미적인 요소를 강조한 디자인의 제품이 여성 고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로저드뷔 벨벳 캐비어. 로저드뷔 제공
로저드뷔나 태그호이어 같이 남성적 이미지가 강했던 스포츠 시계들도 여성 고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의 시계를 주로 내놓았던 로저드뷔는 최근 여성 전용라인인 벨벳 컬렉션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태그호이어 뉴 링크 레이디. 태그호이어 제공
로저드뷔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직경이 40mm 이상으로 크고 기능이 다양한 제품들에도 여성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업계도 여심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행사도 늘고 있다. 대형 백화점 수입시계 브랜드 한 관계자는 “우수고객 행사를 기획할 때 와인 시음 행사 같이 여성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위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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