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패치, 주삿바늘 고통 안녕∼

동아일보

입력 2018-08-25 03:00 수정 2018-08-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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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무해 DNA 단백질로 만든 미세돌기 통해 체내로 약물 전달

한국기계연구원이 인체에 무해한 천연 DNA 단백질을 사용해 개발한 ‘나노·마이크로 DNA 니들패치’(위 사진). 피부에 닿는 아랫면에 털처럼 가는 미세돌기가 솟아 있다. 아래 사진은 니들패치를 붙인 모습. 대전=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패치 가운데 부분을 꾹 눌러 보세요. 아픈 느낌은 없을 겁니다.”

20일 대전 유성구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산업진흥센터. 지난달 이곳에 설립된 연구소기업인 에이디엠(ADM)바이오사이언스의 윤석민 대표는 본인 팔에 붙인 동전 크기의 ‘니들패치(needle patch)’를 연신 눌러 보이며 니들패치를 처음 사용하는 기자를 안심시켰다.

반창고처럼 피부에 붙이는 니들패치는 주삿바늘 대신 체내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도구다. 앞서 기계연이 세계 최초로 인체 무해 성분인 천연 DNA 단백질을 사용해 ‘나노·마이크로 DNA 니들패치’를 개발했다.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는 그 니들패치를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달 설립됐다. 지름이 2cm인 니들패치를 연간 240만 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췄다.

시제품 상자에서 막 꺼낸 니들패치의 바닥 면을 보니 가는 털처럼 생긴 미세돌기가 일정 간격으로 배열돼 있었다. 물에 잘 녹는 DNA 단백질로 이뤄져 주삿바늘처럼 딱딱하지는 않았다. 패치를 피부에 붙이면 이 미세돌기들이 피부 안쪽에서 수분과 만나 녹고, 이때 안에 들어 있던 약물이 체내로 전달된다. 윤 대표는 “영·유아나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 니들패치를 고안한 정준호 기계연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장은 “미세돌기는 몇 분 안에 다 녹는 데다 길이도 짧아 피부로 들어가도 통증이나 출혈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세돌기 길이의 경우 의약품용은 650∼9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용은 300μm 수준으로 제조된다.

이날 기자는 화장품용 니들패치를 손등에 붙여 봤다. 처음 피부로 느껴지는 촉감은 반창고와 비슷했다. 5분 정도 지난 뒤에야 오돌토돌한 면에 지압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움직일 때는 그 느낌이 좀 더 강해졌다. 10분 뒤 패치를 떼자 미세돌기 자국이 남았다. 하지만 30분쯤 뒤에는 홍조가 완전히 사라졌다. 정 본부장은 “의약품용도 하루 정도면 자국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외에서 니들패치가 판매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니들패치는 모두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의 흡수를 도와주는 수준의 제품들이다. 미국 조지아텍의 백신용 니들패치가 유일하게 임상 2상까지 진입했지만, 천연 성분이 아닌 폴리비닐피롤리돈(PVP)을 소재로 써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헤어스프레이, 염색약 등에 들어가는 PVP는 혈액이나 체액과 접촉될 경우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 DNA 니들패치는 인체 독성이 없어 빠르게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어 정자에서 정제한 DNA 단백질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세포 재생을 돕는 효능이 있는 이 단백질은 피부 미용을 위한 재생크림, 필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다양한 제약사, 화장품 회사들과 제품 공동개발 방안을 논의 중이다. 내년에는 백신 3종, 바이오의약품 3종 등 총 6종의 기존 의약품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이미 주사제로 쓰이고 있는 의약품의 투여 경로만 변경하는 것이어서 임상시험 기간이 신약에 비해 훨씬 짧다. 약물별로 유효성을 검증해 5년 내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장품용 니들패치 제품은 올해 10월경 바로 출시된다.

대전=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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