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비만세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8-08-08 03:00:00 수정 2018-08-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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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토빈의 이름을 딴 토빈세처럼 경제학자 피구의 이름을 딴 피구세가 있다. 피구세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externality)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환경오염이 대표적인 외부효과다. 공장에서 배출하는 매연은 환경을 오염시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그 피해에 대한 보상 비용은 업체의 생산 원가에는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대신 오염세를 부과해 보상 비용을 지불받는다. 마땅히 보상해야 할 피해가 시장 내부에서 계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외부효과라고 한다.

▷담뱃세나 비만세도 피구세다. 담배를 피우거나 살이 찌는 식음료를 먹어 병든 사람이 많아지면 건강보험기금에서 지출하는 돈이 늘어나는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그에 대한 보상 비용을 누군가가 내야 한다면 담배나 식음료를 생산하는 업체일 수밖에 없다. 담뱃세에 비하면 비만세는 비교적 최근에 부과되기 시작한 피구세다. 덴마크가 2011년 10월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이후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등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그 대책의 하나가 폭식을 조장하는 ‘먹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국가주의’를 화두처럼 내세우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가 먹방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이냐”며 대표적인 국가주의 사례로 비판했다. 정부는 먹방을 규제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한 걸음 물러섰지만 또 다른 대책으로 비만세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피구세는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업체는 담뱃세나 비만세를 부과받으면 담배나 식음료의 가격을 올린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어들지만 담배에서 보듯이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그에 비례해 수요가 줄어들지도 않는다. 더구나 빈곤층은 총지출액 중 먹는 데 들이는 비용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건강에 더 좋은 식음료를 구입할 여분의 능력이 부족하다. 비만세는 현재의 식습관을 바꾸기 힘든 빈곤층을 더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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