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쇼핑가이드] 키보드편 - 4. 무접점 키보드

동아닷컴

입력 2018-08-01 16:47 수정 2018-08-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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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건을 구매할 때 많은 것을 고려한다. 당장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부터 시작해서 규격이나 내구도는 물론, 디자인이나 가격 등도 구매 시 고려할 중요한 요소다.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는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격, 크기, 디자인 외에도 각종 제품 사양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양 중에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으며, 이런 사양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왕 돈을 쓰는 만큼 좋은 제품을 제대로 된 가격에 사야하지 않겠는가. [IT쇼핑가이드]는 이처럼 알기 어려운 전자제품의 사양을 설명하고, 이런 기능을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색다른 손맛과 내구성, 무접점 키보드

지난 '키보드편 - 3.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고급 키보드의 주요 주요 부품인 기계식 스위치에 관해 다뤘다. 키보드는 글쇠(키캡)를 눌렀을 때 인쇄회로기판의 접점과 닿으며 신호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계식 키보드는 물론, 일반적인 멤브레인 키보드 역시 이러한 구조로 작동한다.

다양한 키보드 작동 방식(출처=IT동아)

그런데 키보드 중에는 이러한 접점 대신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일명 '무접점 키보드'가 존재한다. 흔히 무접점 키보드라고 하면 과거에는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를 말했지만, 최근에는 광축(Optical switch) 키보드 처럼 또 다른 무접점 방식이 등장했다. 이 떄문에 같은 무접점 키보드라 하더라도, 제품 설명에서 정전용량 방식인지 광축 방식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은 글쇠를 눌렀을 때 축전되면서 전압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회로기판에 있는 센서가 이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전반적인 구조는 키캡, 러버돔, 스프링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멤브레인 스위치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접점의 유무다. 멤브레인 스위치는 러버돔 안쪽 상단에 구리 등의 전도체로 된 작은 접점을 부착했으며, 이 접점이 인쇄회로기판과 직접 닿을 때 신호를 보낸다. 이와 달리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은 러버돔 안쪽에 스위치가 없으며, 회로에는 전압을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돼 있다.

해피해킹과 리얼포스 등은 대표적인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 제조사다(출처=IT동아)

러버돔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가형 제품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같은 러버돔이라도 재질이나 내구도 등은 천차만별이며,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에서는 상대적으로 멤브레인보다 고급 러버돔을 사용한다. 실제로 이러한 키보드를 주로 생산하는 브랜드(리얼포스, 해피해킹, 토프레 등)의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 수준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소리나 반발력 등은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해 떨어지지만, 특유의 부드럽고 쫀득한 타건감 때문에 장시간 키보드를 사용하는 프로그래머가 이를 많이 사용한다.

광축 방식은 접점 대신, 적외선 등 빛을 이용한 센서로 글쇠를 누른 신호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기판에 광 센서를 부착하고, 글쇠 아래에 부착된 기둥(슬라이더)가 센서를 지날 때 신호가 입력된다. 스위치의 형태는 멤브레인이나 기계식 등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만큼, 다른 키보드의 타건감을 흉내내기도 쉽다.

광축 키보드의 스위치 작동 구조로, 가장 아래에 적외선 센서가 있다(출처=앱코)

앞서 말한 것처럼 광축 키보드는 접점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이 때문에 얻는 이점도 많다. 접점을 사용하는 키보드는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접점이 닳거나 습기 등으로 인해 표면이 산화할 수 있다. 즉 낡은 키보드는 글쇠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와 달리 광축 키보드는 글쇠를 되돌리는 스프링이 닳지 않는 한 접점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 같은 맥락에서 방수 키보드를 구현하는 데도 유리하다. 일반 키보드의 경우 별도의 방수 설계를 하지 않으면 회로나 접점에 물이 흘러, 접점이 닿더라도 이를 잘못 인식하게 된다. 게다가 녹이 슬 우려도 있다. 이와 달리. 광축 키보드는 기판 자체만 방수 코팅 한다면, 침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키보드편 3(기계식 키보드)과 4(무접점 키보드)를 통해 다양한 키보드의 작동 방식에 관해 알아봤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타건감이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대신 가격이 다른 제품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저렴하며, 기계식 키보드는 특유의 소리와 치는 맛을 자랑한다.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은 기계식 키보드와는 또다른 부드러운 타건감을 자랑하며, 광축 키보드는 뛰어난 내구성이 특징이다. 소개하지 않았지만, 메카 멤브레인, 로머G 스위치, 기계식 축의 변형인 박스축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키보드라는 동일한 폼팩터 중에서도 이처럼 많은 방식이 존재하며, 작동 구조나 장단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때문에 특정 키보드만을 신봉하는 것보다는 실물을 볼 수 있는 매장을 직접 찾아가 손에 맞는 키보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방수 기능을 갖춘 키보드에 관해서는 '방수 키보드'편에서 소개할 예정이다(출처=IT동아)

동아닷컴 IT전문 이상우 기자 ls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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