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대형서점 이긴 전자책 플랫폼… IT기술력이 승부처

고승연 기자

입력 2018-07-02 03:00 수정 2018-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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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시장 1위 ‘리디북스’의 성장전략

창업 첫날부터 ‘돈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당신 회사가 매출 100억 원을 넘기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 수년 만에 100억 원 매출을 만들었다. 그러자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매출 500억 원을 못 넘길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전망을 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 회사는 2017년에 665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8년 만에 업계 1위가 됐다. 전자책 전문 서점이자 플랫폼인 리디북스 얘기다. 기성 온·오프라인 서점의 강자인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은 물론이고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유수 기업들과 전자책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얻어낸 성과다. 전자책 분야의 후발주자였지만 리디북스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50%에 육박한다. 리디북스의 성장 전략을 집중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51호 케이스 스터디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서점이 아닌 ‘IT기반 심야 엔터테인먼트업’

리디북스는 한국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됐던 200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 ‘스마트폰 전용 전자책 서비스’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리디북스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모바일 분야에서 이전보다 훨씬 큰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리디북스는 초기부터 전자책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역량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동진 리디북스 CBO(Chief Business Officer)는 “초기부터 리디북스는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이나 예스24와 알라딘 같은 기성 인터넷 서점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다”며 “대신 IT 벤처 기업들, 즉 앱을 만들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을 경쟁 상대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 전환 덕분에 리디북스는 기존 온·오프라인 대형서점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존 대형 서점들은 전자책 서비스를 ‘부수적인 비즈니스’로 취급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물론 리더(reader)기 개발까지 외주를 줬다. 하지만 리디북스는 자체적으로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최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전자책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 최대한 종이책에 가까운 느낌을 주면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되도록 하는 등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리디북스는 또 고객들의 이용 패턴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전략 방향을 모색했다. 리디북스 앱과 사이트에 접속해 전자책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고객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후 6시 이후부터 사용량이 늘다가 오전 1시 이후에 가파르게 감소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입자가 본격적으로 늘었던 2012년 이후 이러한 패턴이 나타났고 리디북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자신의 비즈니스를 넷플릭스나 케이블TV, IPTV 등과 경쟁하는 ‘심야 엔터테인먼트업’으로 재규정했다. 그리고 추천 도서 목록 업데이트와 다양한 이벤트의 시작 시간을 오후 7시경으로 맞췄다. 데이터가 알려주는 대로 사용자들의 주목을 가장 잘 끌 수 있는 시간대에 마케팅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 ‘책덕 플랫폼’으로 정착

전자책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최근 진행한 ‘주력 전자책 서점 투표’에서 리디북스는 실제 시장점유율보다 높은 55.2% 득표율을 얻어 23.2%를 차지한 2위 경쟁사를 더블스코어로 따돌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전자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리디북스가 좀 더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로 고객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 다양한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해온 데다 각종 관찰 기법과 포커스그룹인터뷰 등 정성적 접근법을 총동원하는 등 ‘고객 중심’의 전략을 펼쳐온 결과다.

이 과정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덕후’이자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소위 ‘책덕(책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 리디북스는 가장 독자들을 배려하는 플랫폼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책덕들은 ‘책과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강한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취향도 매우 까다롭다. 리디북스는 이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리뷰에 ‘스포일러’ 여부를 표시하도록 한 것이나, 리뷰를 남길 때 책을 구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한 것 등은 책덕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행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다. 이런 배려 덕분에 책덕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뛰어난 기술력에 기초해 설계한 리뷰, 독자들이 실제로 몇 페이지까지 책을 읽었는지를 추적하는 시스템,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한 책 추천 알고리즘 등을 통해 리디북스는 고객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디북스는 또 넷플릭스처럼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전자책 산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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