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특허전쟁 7년만에… 삼성-애플, 종전 선언

김재희 기자

입력 2018-06-29 03:00:00 수정 2018-06-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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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지법에 소송 취하 통보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디자인을 두고 이어온 특허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2011년 4월 상용특허, 디자인특허 등의 침해로 삼성전자를 제소한 지 7년 만이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 모두 실익 없는 다툼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송 자료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은 특허와 관련해 지속해온 모든 소송을 철회하기로 했다. 양측이 어떤 조건으로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했는지 구체적인 조건은 소송 자료에 적시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건을 심리해온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루시 고 판사는 “양측이 이 문제에 관해 그들의 남은 요구와 반대 요구를 철회하고 합의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삼성과 애플은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요구에 대해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해 5억39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한 바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낸 건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베꼈다며 상용특허 3건, 디자인특허 4건에 대해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특허 표절 사례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외관, 검은 배경화면,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아이콘 등이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 외장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침해 및 희석했다는 이유로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특허소송도 제기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색, 크기, 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통해 상품에서 느끼는 포괄적이고 시각적인 인식을 의미한다.


이에 삼성전자도 2011년 6월 표준특허 2건, 상용특허 3건 침해로 애플을 반소하면서 특허전쟁이 미국을 넘어 독일, 일본,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으로 확산됐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애플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삼성이 벌이는 1, 2위 업체 소송전이라 ‘세기의 소송’으로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양측 모두 ‘실익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양사는 장기간에 걸쳐 수백 명 규모의 특허 전담 인력을 꾸렸고,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에 수천억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지형도가 양사의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애플과 삼성 모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전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5% 하락했다. 화웨이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13.9% 올랐고, 샤오미는 무려 124.6% 증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수년간 지속했기 때문에 거기에 드는 비용도 커서 실익은 로펌들만 챙긴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비용 부담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을 고려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8월 삼성과 애플은 진행 중인 특허소송을 미국으로만 국한하고 나머지 국가에서의 특허소송은 모두 취하한 바 있다. 당시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간 막후 협상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허분쟁 종료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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