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손목 위 ‘또 하나의 심판’… 월드컵 ‘정확한 진행’의 일등공신

강승현기자

입력 2018-06-29 03:00 수정 2018-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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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경기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위블로 마크가 새겨진 심판 보드. 보드에는 남은 경기 시간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위블로 제공
세계 축구 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4일 막을 올렸다. 태극전사를 포함해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은 다음 달 16일까지 ‘그라운드의 제왕’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번 월드컵은 과거 대회와 달리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경기 진행을 맡은 심판들이 득점 현황이나 비디오판독 결과 같은 경기 관련 주요사항을 실시간으로 전달받는다는 점이다. 심판진이 경기 진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경기진행’이 가능하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하나의 축구공을 두고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는 경기장에서 심판진은 어떻게 이 같은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을까. 밤잠을 설쳐가며 거의 모든 주요 경기를 빼놓지 않고 시청한 축구 마니아라면 벌써 눈치를 챘을 수도 있다. 비밀은 ‘심판의 손목’에 있다.

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심판의 손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비슷한 모양의 시계를 차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첫 본선 무대인 18일 스웨덴전, 이어 열린 24일 멕시코전, 27일 독일전에도 심판진의 손목 위에는 예외 없이 검정 시계가 있었다. 경기 관련 정보는 다름 아닌 이 시계를 통해 심판진에게 전달된다. 득점 상황은 골대 주변에 설치된 14개의 초고속 카메라가 포착한다. 공이 골라인을 넘으면 심판이 차고 있는 시계에 1초 이내에 신호를 보내 정확한 득점 시간을 알려준다.

스포츠와 스마트 기술의 결합을 주도한 건 스위스 시계업체 위블로(Hubolt)다. 위블로는 월드컵 공식 타임키퍼다. ‘빅뱅 레퍼리 2018 피파 월드컵 러시아TM’이라는 이름의 이 커넥티드워치는 경기 시작 15분 전 알람기능과 반칙상황, 선수교체와 경기시간 등 각종 데이터를 제공한다. 골이 터질 때마다 시계는 ‘골(GOAL)’이라는 단어와 함께 진동한다. 다만 경기장을 직접 뛰는 심판들이 착용한 제품과는 일부 기능 차이가 있다.

‘빅뱅 레퍼리 2018 피파 월드컵 러시아™’. 위블로 제공
세계 최초의 축구 커넥티드워치로 3월 스위스 시계·보석박람회 ‘바젤월드 2018’에서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의 가격은 720만 원가량이다. 2018개 한정 제작되는 시계로 축구와 위블로 마니아라면 욕심을 내볼 만하다. 국내에는 3개가 입고됐다.

축구팬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각 나라의 국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시계줄(스트랩)도 출시했다. 골라인 통과와 비디오판독 시스템 알림 등은 심판 전용 제품에만 탑재돼 있다. 티타늄 재질로 위블로의 인기 모델인 빅뱅의 외관을 가져왔다. 지름은 49mm다.

이 제품은 심판용 시계를 제작해달라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요청에 따라 탄생했다. 심판이 경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경기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했다.

FIFA와 위블로의 만남이 이색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초를 다투는 스포츠와 시계 브랜드의 협업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축구와 위블로의 인연은 2006년 스위스 국가대표팀 후원사로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후 3번의 월드컵 공식 타임키퍼와 국제경기를 도맡아 하면서 위블로와 축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커넥티드워치 외에도 이번 월드컵에선 빅뱅 모양의 심판 보드를 경기장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이 심판 보드에는 추가로 주어진 연장시간이 표시된다.

축구에 대한 위블로의 애정은 브랜드 홍보대사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위블로는 조제 모리뉴, 마라도나, 펠레 같은 축구의 전설을 홍보대사로 영입했다. 현재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현직 선수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위블로 관계자는 “3번째 월드컵에 참가하는 월드컵 공식 브랜드로서 축구팬과 위블로 마니아들을 위해 축구 전용 커넥티드워치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축구를 향한 위블로의 애정과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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