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갑상샘암이라지만… 전이 위험땐 제거하는 게 좋아

홍은심기자

입력 2018-06-27 03:00 수정 2018-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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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건대병원 갑상선암센터 의료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갑상샘암은 국내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암이다. 국내 암 발생 순위를 살펴보면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갑상샘암이고 남성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갑상샘암은 다른 암보다 공격성은 덜하지만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갑상샘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갑상샘에 난 혹(결절)이 악성으로 의심되면 조직 검사를 통해 암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갑상샘, 신체 대사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

갑상샘은 목 아래쪽에 있는 호르몬 분비 기관이다. 신체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한다. 목의 한가운데 튀어나온 물렁뼈(갑상연골) 아래로 기관 주위를 양쪽으로 갑상샘이 둘러싸고 있다. 흡사 나비가 날개를 편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한쪽 날개의 폭은 약 2cm, 길이는 약 5cm로 양쪽을 무게를 합치면 약 15∼20g이다.

갑상샘 호르몬은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한다. 갑상샘 호르몬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되면 우리가 먹은 음식이 빨리 타서 없어지고 과다한 열이 발생한다. 그 결과 몸이 더워지고 땀이 많이 나서 살이 빠지게 된다. 또 자율신경이 흥분해 심장이 빨리 뛰고 위장의 운동 속도가 빨라져 대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를 하게 된다. 신경이 예민해지며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반대로 갑상샘 호르몬이 정상보다 적게 분비되면 대사가 감소해 열 발생이 줄어든다. 추위를 많이 타고 땀이 잘 나지 않는다. 얼굴과 손발이 붓고 체중이 증가한다. 자율신경이 둔해져 맥박이 느려지면 위장운동이 약화돼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기억력이 감퇴되기도 한다.


갑상샘암, 특별한 증상 없어 주의해야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샘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유영범 건대병원 갑상선암센터장은 그 이유에 대해 “검진으로 갑상샘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됐다”며 “고화질의 초음파기기가 갑상샘암 진단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1cm 이하의 작은 갑상샘암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0.6∼1cm 크기의 갑상샘암은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 추적 관찰보다 수술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1cm 이상은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갑상샘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의외성이 많고 크기가 작아도 전이 위험성이 있어 환자의 상황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

갑상샘암은 갑상샘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생겨 조직의 한 부분이 커지면서 생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결절이 양성인지, 악성(암)인지를 감별해 진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갑상샘 결절은 양성 종양이지만 이 중 일부는 갑상샘암으로 진단된다.

대부분의 갑상샘암은 자라는 속도가 느려 특별한 증상을 못 느끼는 환자가 많다. 초음파 검사로 발견할 수 있고 크기가 커지거나 결절이 갑상샘 앞쪽에 있으면 만져지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쉰 목소리, 압박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는 초음파를 보며 하는 세포검사인 세침흡인세포검사를 통해 갑상샘암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받으면 예후 좋아

갑상샘암은 다른 악성종양과는 다르게 발생부터 다른 장기에 전이되기까지 그 진행 정도가 매우 느린 암이라는 점 때문에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으로 인식돼 있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다면 늦게 발견 된 후에도 치료만 제대로 하면 예후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갑상샘암이 이런 좋은 예후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진행이 느리고 치료 후 결과도 좋은 갑상샘암은 유두암, 여포암 등이다. 일부 갑상샘암 중에는 발견하고 난 후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환자가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예후가 불량한 암도 있다.

유 센터장은 “갑상샘암은 비교적 치료가 쉬운 암으로 꼽힌다”며 “하지만 위치에 따라 수술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크기 작고 위험인자 없으면 추적 관찰만

갑상샘암은 20∼60대에 가장 많이 생긴다. 대개 암은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이 커지지만 갑상샘암은 젊은 나이에도 생기기 쉽다. 갑상샘암으로 의심된다고 모두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크기가 0.5cm 미만이고 갑상샘 밖으로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며 추적·관찰하기도 한다. 따라서 60세 이상의 노인이나 결혼을 앞둔 미혼 여성, 출산을 앞둔 임신부 등은 수술을 미룰 수도 있다.

유 센터장은 “전이 위험이 있는 갑상샘암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며 “갑상샘암으로 진단되고 반만 절제한 뒤 반대쪽 조직 갑상샘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거나 암 재발 위험이 낮다면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의사의 판단 하에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흉터 줄이고 정교한 수술 가능해

과거에 갑상샘 절제는 목 앞 부위에 5cm 크기의 절개창을 내고 수술했다. 일부 환자에서는 목 부분에 눈에 띄는 흉터가 남기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로 흉터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됐다. 양쪽 겨드랑이와 유륜을 따라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한다. 로봇 수술 후에는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유 센터장은 “로봇 수술은 흉터가 적고 의사의 손 떨림을 보정할 수 있어 세밀하고 정교한 절제수술이 요구되는 갑상샘암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갑상샘암의 진행 속도가 다른 암에 비해 느리기는 하지만 전이의 가능성이 있어 젊은 여성인 경우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진단과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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