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전관예우 불법취업 근절 없인 ‘경제검찰’ 자격 없어

동아일보

입력 2018-06-22 00:00 수정 2018-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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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일 세종시 소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과 심판관리관실, 운영지원과를 압수수색했다. 공정위 일부 공무원들이 대기업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고 퇴직 후 취업이 금지된 연관기관에 재취업한 의혹에 대해 공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이 공정위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으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기업집단국은 ‘경제 검찰’로 통하는 공정위의 핵심 부서로 대기업 감시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신설됐다.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등의 조사로 대기업 목줄을 쥐고 있는 곳이다.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이 신세계 등 대기업 사주의 차명주식을 발견하고도 묵인해줬다면 유착관계 없이 가능했겠는가. 기업 공시의무를 위반한 네이버 등 30여 곳 역시 검찰 고발 등 제재 없이 넘어가 의혹을 자초했다.

공정위 간부 등 10여 명은 공정경쟁연합회 등 연관 기관에 취업했다. 운영지원과에서 이들의 취업을 알선한 정황도 드러났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연관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가능하지만 이들은 승인 없이 해당 기관에 취업했다. 준법에 엄격해야 할 공정위가 불법을 관행으로 여긴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를 명분으로 대기업 압박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정작 스스로 불공정 취업을 알선했다니 어처구니없다.

공정위 전 임직원들은 로펌이나 대기업의 사외이사, 대관(對官) 업무를 맡는 자리에 취업해 전관예우를 받는다. 법조계 못지않게 공정위 선후배 간 전관예우가 끈끈하고 은밀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주요 로펌에 취업한 공정위 출신 고위직들은 주요 대기업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예가 많다. 공정위-대기업-로펌의 유착 통로를 이들이 연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직후 공정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작년 말에는 공정위 임직원이 기업인과 공정위 퇴직자 등 외부인과 접촉 시 그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는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까지 제정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대기업-로펌의 치열한 공정위 로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전관예우를 막을 투명한 법집행과 이를 가능하게 만들 비상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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