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 100∼300m 매장 광물자원, 원격으로 찾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8-06-15 03:00 수정 2018-06-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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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광물자원개발 융합연구단, 광물자원 탐사 시스템 구축


“우리 연구단이 개발한 광물자원 탐사 기술을 실증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안산 철광은 북한 함경북도의 무산 철광과 매우 유사한 환경입니다. 향후 북한과 협력 연구가 시작되면 이 기술들은 곧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DMR) 융합연구단장은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DMR 융합연구단은 북한 광물자원의 남북 공동개발을 목표로 2015년 12월 출범했다. 지질연과 재료연, 서울대, 성균관대, 비철금속 제련기업 영풍 등 산학연 2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단은 북한의 8대 광화대 중 6곳과 각각 유사한 환경을 가진 중국 랴오닝성 일대의 광상(鑛床) 3곳과 천안 삼광, 충주 등 국내 광상 3곳에서 광물자원 개발 기술에 대한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 안산도 그중 한 곳이다.

고 단장은 “안산 철광은 북한의 무산 철광과 마찬가지로 광상이 퇴적변성형 층상에 속한다. 선캄브리아기 시대에 해저에서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나온 철분이 바닷물의 산소와 결합해 산화철이 되면서 형성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최근 위성 영상의 분광 특성을 활용한 원격 탐사 기술을 개발하고 안산 철광 일대를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철은 광산 인근의 능선과 노출된 지표를 따라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화철은 채굴장 남쪽 인공호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었다.

지난해에는 항공 전자탐사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상공에서 지하 100∼300m에 매장된 광물자원 종류와 공간상의 분포를 원격으로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산악 지역이 많은 한반도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소형 헬리콥터에 자력 센서와 방사능 센서, 전자 센서 등을 탑재했다. 자력 센서로는 철을, 방사능 센서로는 우라늄처럼 방사성을 띤 광물을 감지할 수 있다.

항공 전자탐사 시스템. 산악 지역이 많은 한반도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소형 헬리콥터에 자력 센서와 방사능 센서, 전자 센서 등을 탑재했다. DMR 융합연구단

특히 전자 센서는 구리, 연·아연, 금, 은, 중석, 몰리브덴 등 모든 금속 광물을 원격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표에 전류를 흘려보낸 뒤 돌아오는 전류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고 단장은 “일부 선진국에서만 활용하고 있는 기술로 북한의 금속 광물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단은 이를 바탕으로 지형, 지질, 자력, 방사능, 전기비저항, 대자율(물질이 자화되는 비율) 등 정보를 통합한 3차원(3D) 광물자원 탐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은 근거 자료가 부족했던 만큼 북한 광물자원의 잠재적 가치가 1000조 원부터 7000조 원에 이르기까지 평가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었다. 앞으로는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탐사 시스템을 바탕으로 북한의 광물자원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단은 북한의 8대 광화대 중에서도 철이 매장돼 있는 무산과 구리, 납, 연·아연, 마그네사이트가 있는 혜산-검덕-대흥, 금, 희토류 등이 있는 정주-운산 광화대가 가장 잠재적 가치가 높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탐사기술뿐만 아니라 채광, 가공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인 이유다.

고 단장은 “같은 광물자원도 어느 광상에서 채굴한 것인지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중국 무역업체를 통해 입수한 북한의 실제 광물자원 시료를 활용해 연구하고 있다”며 “특히 마그네사이트 합금과 희토류 자석 산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11월이면 3년간 추진된 연구단의 1단계 연구가 종료된다. 고 단장은 “2021년까지의 2단계 연구는 올해 10월경 평가를 거쳐 추진될 예정이다. 2단계에서는 개발한 기술을 실용화 단계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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