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경제지원에 많은 돈 안써… 한국이 하고 中-日이 도울것”

주성하 기자 , 서영아 특파원 , 한상준 기자

입력 2018-06-04 03:00 수정 2018-06-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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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종전선언 급물살]‘한국이 비용부담’ 못박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 형식의 경제 원조를 한중일이 주로 부담하는 구도로 만들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 트럼프, “대북 경제 지원은 한중일 3국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그것(경제 지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6000마일(약 9656km) 떨어져 있지만 그들(한중일)은 이웃 국가다. 우리는 이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한국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여러 차례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강조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13일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하는 대신 민간 부문의 투자와 대북 진출, 기술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내가 북한이라면) 우리(미국)로부터 경제 원조는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1998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 때에도 총사업비 70%와 22%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분담했고 미국은 8%만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청와대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직접 원조가 없어도 개성공단 등에 미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 등 남북 합의 사항에 대한 국회 비준을 준비하는 것도 추후 대북 지원 예산 편성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뜻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남북 경제협력 본격화에 대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 돈만 내게 생긴 일본,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대북 지원 없다”

일본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도쿄신문은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7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묻고 ‘핵·미사일·납치 문제의 해결이 없는 한 경제 지원도 없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을 다시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북 경제 지원에서 일본은 가장 주목받는 국가.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비핵화 논의에서 일본이 소외되고 있지만, 전후 배상금 형태로 지원에 나서면서 대화의 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 “일본 측이 북한 측에 무상자금 협력, 저이자 장기 차관 및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일 평양선언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부담할 배상금 규모를 100억∼2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소 10조 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7일 다롄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신속한 대북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의 지원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최근 거듭 밝혀온 것도 새삼 주목된다.

지난달 27일에도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비핵화 대가로 미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언급한 미 언론들을 일일이 지명하며 ‘주제넘은 훈시질’이라고 꾸짖은 뒤 “미국이 운운하는 경제적 지원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그에 티끌만 한 기대도 걸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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