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셀레늄의 보고… 체내 ‘활성산소 제거’ 돕는다

정지혜기자

입력 2018-05-30 03:00 수정 2018-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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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너트

브라질너트 1알에는 약 76.68㎍의 셀레늄이 함유돼 있어 하루 2, 3알이면 부족한 셀레늄을 보충할 수 있다.
천연 셀레늄의 보고 브라질너트는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등 아마존 밀림에서 자라는 견과류이다. 수백 년 동안 아마존 원주민의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취급됐던 브라질너트. 셀레늄 빈곤국가로 불릴 정도로 셀레늄 섭취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영양소이다.


○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활성산소 제거

셀레늄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필수 영양소로 지정한 미네랄이다. 셀레늄은 우리 몸의 체내 활성산소를 줄여주고 해독 작용과 면역 기능을 증진시켜 각종 질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활성산소는 호흡 과정에서 체내로 들어온 산소가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면 체내 세포나 조직을 망가뜨려 세포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재생을 막는다. 암, 심근경색증, 당뇨병, 뇌중풍(뇌졸중) 같은 중대 질병은 활성산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활성산소 물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바로 셀레늄과 같은 항산화 영양소다. 셀레늄은 글루타티온 과산화효소의 주성분으로 인체 내에서 만들어진 유해물질인 과산화수소를 분해해 항산화 작용을 한다. 항산화 작용은 체내 해독 작용과 면역 기능을 증진시킨다.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고 세포막을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신체 조직의 노화를 예방하거나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셀레늄 성분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브라질너트에는 셀레늄 성분을 비롯해 식이섬유, 칼륨, 마그네슘 등의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다. 브라질너트 1알(4g)에는 약 76.68μg(USDA 기준)의 셀레늄이 함유돼 있는데 미국 농무부(USDA)에 등록된 6898개 식품 중에서도 가장 높다. 일반적으로 셀레늄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굴 100g당 77μg, 참치 90.6μg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양이다.


○ 셀레늄,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

셀레늄은 뇌 기능과 관련이 있다. 뇌는 산소 소비량이 많은 조직이므로 산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셀레늄 결핍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노인들은 셀레늄 섭취 필요량이 증가하지만 대사 기능은 감소해 체내 흡수율과 생체 이용률이 떨어지므로 셀레늄 결핍에 취약하다.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중추신경계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015년 유럽영양학지에는 ‘경도인지 장애 환자에게 브라질너트 섭취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경도인지 장애는 정상적인 노화에서 기대되는 수준 이하로 인지 능력, 기억력이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이다. 경도인지 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75세 이상 노인의 19%, 85세 이상 노인의 29%가 앓고 있다. 이러한 경도인지 장애 환자의 약 39%는 치매(알츠하이머 포함)로 진행된다.

연구진은 60세 이상 경도인지 장애 환자 31명에게 매일 브라질너트 1알(약 5g·셀레늄 약 288μg)을 6개월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해당 섭취군의 혈중, 적혈구 내 셀레늄 수준이 유의하게 증가해 셀레늄 결핍 증상이 사라졌다. 이들의 언어 유창성 검사, 구성 행동 검사 결과도 유의하게 개선됐다.

셀레늄이 부족하면 근육통, 근육 소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셀레늄 결핍은 주로 풍토병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각 지역 토양이나 물에 셀레늄이 부족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케샨병이 있다. 1935년 처음으로 발견된 이 병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케샨마을에서 발생한 심장근육병증으로 케샨병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 토양이나 물 등에 셀레늄이 매우 적은 지역에서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카신베크병도 셀레늄 결핍과 관련된 질병이다. 사춘기 전후로 나타나는 풍토성 골관절염으로 연골세포가 괴사되며 무릎관절 손상 및 변형, 골관절 손상, 성장발육 억제 등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셀레늄은 암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1996년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이 중대 질병에 걸리지 않은 평균 63세 남성 1321명을 대상으로 하루 200μg의 셀레늄을 장기간 복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전립샘암 63%, 대장암 58%, 폐암 46%로 암 발병률이 크게 감소했다.


○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셀레늄

WHO와 FAO가 발표한 셀레늄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으로 50∼200μg이다. 암 예방을 위한 섭취 권장량은 이보다 조금 높은 500μg 수준이다. 단, 미국 환경보호청은 하루 셀레늄 섭취량이 853∼1261μg을 넘으면 안 된다고 권고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셀레늄 섭취량이 낮다. 우리나라는 셀레늄 함량이 낮은 화강암과 현무암이 전 국토의 70%를 이루고 있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셀레늄이 부족하다. 같은 종류의 채소, 곡류라 하더라도 재배된 토양에 따라 셀레늄 함유 농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브라질너트 1알에는 약 76.68μg의 셀레늄이 함유돼 있어 하루에 2, 3알이면 부족한 셀레늄을 보충하기에 충분하다. 브라질너트는 열을 가하면 셀레늄 성분이 파괴되므로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다져서 요구르트에 곁들이거나 곱게 갈아서 드레싱에 첨가하면 고소한 맛을 더할 수 있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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