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전설, 아피온의 바람이 되다

조성하 전문기자

입력 2018-05-26 03:00:00 수정 2018-05-28 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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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터키 아피온

아피온카라히사르란 지명은 ‘아편+검은 요새’로 풀이된다. 시장통 뒤편 돌산 정상의 성벽이 34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요새(위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아피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귀비밭이다. 5, 6월이면 이렇듯 꽃이 만개해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고르디우스 왕의 전차에 묶인 건데 오직 아시아를 제패한 이만 풀 수 있다는 전설의 매듭이었다. 하지만 결국 풀렸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는 풀지 않고 칼로 잘랐다. 기원전 333년의 일이다. 이 전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뭐든 대담하게, 역발상의 지혜로 극복하라는 교훈이다.

‘미다스의 손.’ 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이 손의 주인공, 고르디우스 왕의 아들이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준 그 능력은 재앙이 됐다. 딸까지 황금으로 변한 것. 와중에 그는 아폴론(음악 신)과 판(목신)의 노래 경연에 심판으로 끼어들었다가 낭패를 본다. 판의 손을 들어주자 화가 난 아폴론이 당나귀의 귀를 갖게 한 것.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우화), 바로 그 사건이다. 이런 그의 고초를 끝낸 건 디오니소스. 부녀(父女)를 강물에 빠뜨려 예전 모습을 되찾게 해주었다.

그 무대는 기원전 4세기의 프리기아왕국. 에게 해변 내륙고원인 아나톨리아(터키 영토 중 아시아 대륙·옛 소아시아) 중서부인데 해발 950∼1100m의 아피온카라히사르(Afyonkarahisar)주다. 최근 여길 다녀왔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90분. 거긴 거대한 고원평원이다. 푸른 밀밭이 지평선까지 펼쳐지고 멀리론 여태 눈을 이고 있는 설산이 보인다. 주업은 낙농(소, 양)과 과수(체리) 재배. 2500년 역사의 우화가 태어난 곳은 이렇듯 평범한 농촌이다.


터키독립전쟁 발상지임을 웅변하는 ‘승리의 광장’에 조성된 조형물. 그 옆은 오스만 제국 시절의 주택이다. 아래는 세마(춤)를 추는 수피즘(이슬람신비주의) 수도자 조형의 분수 그리고 한 잔씩 불로 끓여내는 터키식 카페(시계 방향).
하지만 그런 스토리의 고향이라면 과거 모습은 지금 과 다를 터. 이튿날 아피온 시내에서 의문은 해소됐다. 거대한 망루 모습의 산봉 카라히사르(Karahisar)가 열쇠였다. 이 ‘검은(Kara) 요새(Hisar)’는 226m로 치솟은 깎아지른 봉우리 정상의 성. 아직 건재한 성벽까진 584계단이 놓였다. 누가 봐도 난공불락의 이 철벽요새. 놀라지 마시라, 그 역사가 3458년을 헤아린다. 당시(기원전 1350년)는 히타이트 왕국 시대로 그리스의 크레타 문명(청동기)이 파괴된 직후, 갑골문자가 나온 중국 은나라(기원전 1400년∼기원전 1027년) 때다.

이후엔 페르시아, 알렉산더대왕 등에게 정복됐다. 독자 왕국의 등장은 8세기인데 미다스, 고르디우스 두 왕의 프리기아가 그것. 이들은 트로이전쟁에서 트로이 편을 들어 아케안(그리스반도 4부족)과 싸웠다. 이 요새가 3500년이나 건재한 이유. 중요 포스트이기 때문인데 여기는 아나톨리아의 십자로(十字路)다. 수도 앙카라∼이즈미르, 이스탄불∼안탈리아의 동서와 남북 간 도로가 여기서 교차한다. 철도도 물론.

그런데도 아피온은 소박하다. 빌딩은커녕 이미 사라진 오스만 제국 시대 목조주택만 즐비하다. 그렇듯 고답적이고 주민도 대도시와 달리 보수적이다. 자신을 향하는 카메라에 어쩔 줄을 모른다. 농촌답게 인심도 좋고 표정도 밝다.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네 명이나 살아 있다며 나를 반길 정도였다.

그런 아피온의 고색창연한 거리 산책. 싱그러운 공기와 투명한 파란 하늘은 흡입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거리엔 터키식 커피를 홀짝이며 담소하는 이들로 여유가 느껴졌다.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 관광지에선 볼 수 없던 안식이 일상처럼 느껴졌다. ‘가정에 평화, 세계에 평화’라는 터키의 국가 슬로건 그대로였다.

아피온이란 지명엔 양귀비가 숨어 있다. 푸른 밀밭 한가운데 만발한 양귀비 흰 꽃에서 나는 그 관계를 찾아냈다. 아피온은 아편(阿片)에서 왔고 어원은 그리스어 오피움(Opium)이다. 양귀비 씨방에 낸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진액을 말린 게 아편인데 그걸 지명으로 삼은 배경. 원산지(소아시아 동편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퍼져 나가는 동안 여길 경유한 덕분이다. 기후도 잘 맞아 잘 자랐다. 터키 아편의 명성은 세계 최고다.

오스만 제국(1299∼1922년)은 아편의 생산 유통 무역을 독점해 전 세계에 유포시켰다. 이후 터키공화국에서도 냉전시대 외화벌이로 활용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현재는 생아편 채취를 금하고 국가 통제 아래 모르핀 재료로만 공장 생산 중. 그 양은 전 세계 모르핀의 70%나 된다. 푸른 들판 한가운데 하얀 양귀비 꽃밭. 좀처럼 보기 힘든 아피온만의 풍경이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 ◇항공로:
인천∼이스탄불∼퀴타히야(자페르 국제공항). 터키항공 이용 시 짐은 퀴타히야에서 찾는다. 공항∼아피온 시내 60km(44분). ◇도로(아피온 기점) ▽이스탄불(아타튀르크공항) 440km ▽안탈리아 239km ▽이즈미르 325km ▽산드클르 62km


▶자유여행: 지중해 해변의 안탈리아에서 렌터카로 이스파르타(장미의 도시)를 거쳐 아피온으로 간다. 그런 뒤엔 코니아(셀주크 제국의 수도)를 경유해 안탈리아로 돌아가는 코스를 권한다.


▶이스탄불 무료투어: 아타튀르크공항 국제선 청사(1층) 터키항공 호텔 데스크에서 접수(전자항공권 e티켓 필참). 갈아탈 항공편 대기 시간이 6시간 이상인 터키항공 국제선 승객 대상. 하루 2회(오전 9시∼오후 3시, 낮 12시∼오후 6시). 영어가이드 동반 버스 투어. 입장료, 식사(최대 두 끼) 제공. www.turkishairlines.com/ko-kr/


투르크투어:
터키여행정보가이드 www.turktour.org



▼터키식 목욕장 ‘하맘(Hamam)’▼

하맘은 로마제국의 목욕 문화(화려함)와 이슬람 종교의식(정결)의 절묘한 조화다.

그걸 아피온은 서구 온천 스파와 접목시켜 지상 최고의 온천 리조트로 탄생시켰다.

그 바탕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질 좋은 지하 온천수, 고대 로마제국 건축의 최고봉 판테온에 사용된 최고 품질의 아피온산 흰 대리석. 이곳 하맘은 벽과

바닥이 모두 그 대리석이다. 리조트 설비와 청결도 세계 최고 수준. 5성급만

11개다. 거기엔 실내외 풀과 다양한 사우나(핀란드식·소금·건초)에 머드욕장을

갖춘 전통 하맘이 있다. 전문의와 치료사가 상주하는 클리닉을 갖춘 리조트도 있다.코카테페 대학병원은 의료관광센터로 온천 수치료 외래객에게 이송 서비스도

제공 중. 한 세기를 풍미한 스위스 독일은 추가 투자가 없어 스파 관광이 쇠락 일로다. 반면 아피온은 신규 대규모 투자로 유럽 최고 스파 타운으로 발돋움 중이다.


▶온천 리조트: 아피온의 숙식비는 무척 저렴하다. 호텔스닷컴 가격(5월 23일 현재)을 보면 하프보드(1박 2식)에 시설 이용 포함(6월 2일 1박·1실 2인 기준) 6만5000∼8만6000원(8% 부가세 포함)에 불과했다.


▶지역별 리조트 / 아피온 지역 : NG Hotels Afyon-‘퀴타햐 포슬란’(도자기 회사) 직영 리조트로 1층 아웃렛에서 저렴하게 판매 중. / Ikbal Thermal Hotel & Spa: 부속시설로 아웃렛이 있다. / KOREL Thermal Resort Clinic & Spa: 전문의가 상주하며 진단과 수치료 처방. / budan Thermal & Spa Hotel-Convention Center


산드클르 지역 : Park Resort Spa & Convention Center / May Thermal Resort & Spa Sandiki / Safran Thermal Resort Sandikli

퀴타햐 지역 : Orucoglu Thermal Resort
 
아피온카라히사르(터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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