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겐조의 ‘젊은’ 이미지 담아”

손가인기자

입력 2018-05-25 03:00 수정 2018-05-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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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겐조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디렉터 듀오 ‘캐롤 림’-‘움베르토 레온’ 인터뷰

3월 문을 연 겐조의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뉴욕 소호 출신의 디자이너 겸 건축가인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Rafael de Cardenas)’의 작품으로 자유분방한 겐조의 모습을 건물에 그대로 옮겼다.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시선을 빼앗는 또 하나의 작품이 들어섰다. 검은 빛의 금속 격자가 감싸고 있는 감각적인 회색 건물. 격자 위에는 초록색 원뿔 모양의 구조물이 수백 개 설치돼 섬세하면서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이 원뿔 모형들은 마치 강렬한 색감의 옷을 자아낼 실타래처럼 보인다.

올해 3월 청담동에 들어선 이 혁신적인 건물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겐조(KENZO)의 아시아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홍콩 플래그십 스토어에 ‘아시아 최초’ 자리를 내줬지만 예술품 같은 독특한 디자인은 트렌드를 선도하기에 충분하다.


겐조의 듀오 디자이너는 자신들의 감성을 더해 재해석된 프린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의 애니멀 패턴 프린트가 아닌 동물의 얼굴 자체를 모티프로 삼았다.
‘The New KENZO’

1970년 다카다 겐조의 프랑스 파리 부티크 ‘정글 잽(Jungle Jap)’으로 시작한 겐조는 패셔너블한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1993년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에 합병되어 아시안 디자이너의 성공적인 진출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으나 이후 겐조의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겐조의 스니커즈 라인 ‘겐조 무브(KENZO MOVE)’
그러나 지금의 겐조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았다. 특유의 ‘힙’한 감성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분방함은 다시 한 번 전 세계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를 두고 유명 패션 잡지 보그는 “겐조의 새 시대가 열렸다. 이는 변화가 아닌 혁신”이라고 평했다.

2011년부터 겐조의 작품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
변화의 중심에는 2011년부터 겐조의 식구가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이 있다. 이들은 미국 뉴욕의 젊은 편집숍인 ‘오프닝 세리머니(opening ceremony)’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듀오 디자이너다. 한국 플래그십 스토어 그랜드 오픈을 기념해 3월 전시된 작품 역시 겐조의 초창기 모델을 재해석한 듀오 디자이너의 두 번째 메멘토 컬렉션 ‘La Collection Memento N○2’다.

한국은 물론 동양, 아시아를 상징하는 호랑이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호랑이는 지금까지도 겐조의 아이코닉 심벌로 사랑을 받고 있다.
‘La Collection Memento N○2’는 1986년 론칭한 다카다 겐조의 데님 컬렉션에 대한 오마주다. 대나무와 정글, 호랑이와 하와이안 프린트 등 아카이브 패턴에 기모노 소매 등 동양적인 전통의 디자인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화가 루소의 화풍으로 정글을 도배하듯 그려놓은 다카다 겐조처럼, 듀오 디자이너는 오리엔탈과 서구 민속을 영리하게 혼합하며 역사적인 컬렉션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래는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맞아 한국을 찾은 듀오 디자이너의 인터뷰.


“우리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한국에 첫 번째 아시아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려 했다.

서울은 글로벌 도시다. 이 도시에는 멋진 패션 스토어가 가득하고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조차도 패셔너블하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겐조에 있어 중요한 장소다. 이 매력적인 도시에 꼭 겐조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싶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외관이 특이하다.

혁신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겐조 플래그십 스토어는 가구·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건축가로 활동하는 뉴욕 소호 출신의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의 작품이다.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디자인으로 생생하고 역동적인 겐조의 ‘젊은’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했다. 서울의 랜드마크를 한 곳 더 만들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한국계 미국인인 캐롤 림, 홍콩계 미국인인 움베르토 레온. 성별은 물론 많은 것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오랜 시간 뜻을 맞춰 나가는지 궁금하다.

서로의 재능을 존경하고 서로를 믿는 데서 힘이 나온다. 각자 결혼을 했지만 둘다 어린 딸이 있어 휴가 때면 함께 여행을 가서 즐길 만큼 가깝다. 이렇게 거의 매 순간 함께 하다 보니 일상의 작은 순간마저도 아이디어를 논의할 소중한 시간이 된다. 오늘 공항에서 이곳까지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서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재능과 역량이 다르다 보니 모든 제품에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골고루 녹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크다.


―패션 업계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화두다. 겐조는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겐조는 2012년 봄·여름 컬렉션부터 LVMH 그룹에 합류했다. 우리는 당시 디지털과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시도를 제안했고 예상이 적중했다. 가수 케렌 오와 협업해서 겐조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아이튠즈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 음악은 1시간 만에 200만 뷰를 기록했다. 겐조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늘 ‘다른 것’을 시도하고 있다. 한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문화가 포함되어야 한다.


―겐조는 일본 디자이너가 만든 프랑스 브랜드이고, 겐조를 책임지고 있는 두 사람은 모두 동양계 미국인이다. 공통점이 있을 듯한데 접근 방식이 궁금하다.

우리는 창업자 다카다 겐조가 생각했던 브랜드의 뿌리를 늘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동양계 이민자의 자녀로 창립자와 어떤 면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우리의 출신이 브랜드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는 겐조를 모든 아시아인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자 한다.


―겐조에서 보낸 7년 동안 이룬 것 중에 가장 큰 성과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게 그런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마치 방금 전에 일을 시작한 것 같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남아있고, 이제야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겐조의 앞날을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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