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배달하는 사진작가, 오늘도 풍경을 만나러 간다

박경모 전문기자

입력 2018-05-14 09:30 수정 2018-05-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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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택배 작가’ 김도형 사진전 ‘풍경이 마음에게’
5월 21~2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윤갤러리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의 풍경사진을 보고 위로를 받고 힐링이 되었다는 댓글을 보고 그는 자신의 사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틈만 나면 촬영하러 떠난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새벽에 철원 한탄강 송대소 주상절리에 아침 햇살이 비치기를 기다렸던 시간,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서 있기도 힘들었던 대관령 설원 위에서 눈보라가 날리는 장면을 위해 기다렸던 시간도 그런 이유로 행복하기만 했다.

스스로를 ‘풍경 택배 작가’라는 김도형은 전국 각지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한다. 30여 년간 찍은 사진 중에 풍경만을 떼어내어 엄선한 30여 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김 작가는 초등학생 시절 쥘 베른의 소설 ‘15소년 표류기’의 주인공이 뱃전에서 망원경으로 먼 바다를 살피는 삽화를 보고 렌즈를 통해 본 세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소풍갈 때 사진관에서 빌려주던 국민 카메라 ‘올림프스 하프사이즈 펜’을 한 대 사서 사진을 찍으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비용이 수월찮게 드는 사진을 전공(경성대 사진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의외로 선뜻 동의해 주셨다. 알고 보니 그때가 전 국민 주민등록증 일제 갱신기간이어서 사람들이 주민등록증에 붙일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구름같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본 아버지가 사진의 미래를 낙관한 덕분이었다.

졸업 후 서울신문 사진부에 입사했다. 사진이 내 개인의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평가받는 책임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는 각오로 한 컷 한 컷 정성을 다해 찍었다. 그런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1997년 그는 한국보도사진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나는 그동안 풍경사진에 관한 한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곳이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늘 동트기 전에 현장에 가 있는 내 부지런함에 대한 보답이었다고나 할까. 들판의 고목을 찍을 때 하늘을 뒤덮을 듯이 많은 철새 떼가 갑자기 나타나 고목 위를 날아갔고, 강화의 소나무 군락을 찍으러 갔을 때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가 끼어 몽환적인 수묵화풍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김도형 작가
그는 오늘도 풍경을 찍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


전시 : ‘풍경이 마음에게’
일시 : 2018년 5월 21일(월)-28일(월) (오전 10시-오후 7시)
장소 : 윤갤러리(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7)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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