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삶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웰다잉’ 전도사

황효진 기자

입력 2018-04-25 03:00 수정 2018-04-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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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 <2>

《본보는 헬스케어 분야의 이슈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사회혁신 기업가들을 소개합니다. 베링거인겔하임, 아쇼카와 함께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미국인들이 메이킹 모어 헬스 펠로우인 엘렌 굿맨이 개발한 ‘대화 시작을 위한 안내서’를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국내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찬반양론이 제기됐고 아직 논란은 여전하지만 해외에서는 웰다잉(well-dying)과 관련된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혁신가 엘런 굿맨(Ellen Goodman)은 ‘대화 프로젝트(The Conversation Project)’라는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생애 마지막 치료를 앞둔 이들이 자신의 치료 방식과 죽음에 대해 보호자, 의료진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엘런은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칼럼니스트다. 그가 생애 말기 치료에 관심이 생긴 것은 어머니의 급격한 건강 악화를 겪으면서부터다. 엘런은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어머니의 보호자로 수없이 많은 의료적 선택을 해야 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가 원하는 치료나 죽음에 대해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평소 이런 이야기를 어머니와 충분히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2012년 캘리포니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사람들이 본인이 원하는 ‘생의 말기 치료’와 죽음의 방식에 대해 소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 원했지만 정작 가족들과 대화를 한 것은 30% 미만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치료를 받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비율도 낮았다. 2005년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70%의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했지만 10명 중 7명은 병원이나 양로원, 장기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런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사회적 현실과 어머니가 생애 마지막 기간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직자, 의료진,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죽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미국 32개 주 142개 이상의 커뮤니티에 ‘대화 시작을 위한 안내서(Conversation Starter Kit)’를 개발해 약 13만 부 배포했다. 안내서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11개 언어로 번역돼 있으며 재단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대화 시작을 위한 안내서는 다양한 버전이 추가 개발되면서 알츠하이머나 치매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대화 안내서,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한 대화 안내서, 말기 환자의 부모를 위한 대화 안내서 등이 나와 있다.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해당 임직원들에게 대화 툴킷(Conversation toolkits)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 모델도 개발했다.

엘런은 대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생의 말기 치료와 죽음에 대한 대중적 관심, 사회적 차원의 논의를 활발히 하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소개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과거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하기 꺼렸던 미국인들은 생애 마지막에 대해 가족, 의료진과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웰다잉을 추구하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각종 질병의 증가, 가족 해체와 1인 가구의 확산 등으로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는 요즘 엘런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삶의 끝까지 행복과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엘런은 이 프로젝트로 글로벌 메이킹 모어 헬스(Making More Health)의 사회혁신가로 인정받아 2014년 메이킹 모어 헬스 펠로우(fellow)로 선정됐다. 국제적 차원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메이킹 모어 헬스 네트워크에 속해 펠로우 간의 자원 교류와 각 분야의 리더, 투자자, 혁신기업가 등과의 교류를 통해 더 큰 파급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받고 있다.

‘메이킹 모어 헬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아쇼카의 글로벌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헬스케어 문제를 풀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가진 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부터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메이커를 론칭해 공모전 형태의 사회혁신 기업가를 발굴·지원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메이킹 모어 헬스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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