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춘풍추상’ 자세 강조했는데…

한상준 기자

입력 2018-04-13 03:00 수정 2018-04-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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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파문 확산]올 2월 비서관 전원에 액자 선물, “자신에게 엄격해야 실수 없어”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액자를 하나씩 선물했다. 고 신영복 교수가 쓴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사진)다.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 액자를 선물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춘풍추상’은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에서 비롯된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 뜻을 설명하며 “공직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훌륭한 좌우명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자가 공직에 있는 동안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액자를 선물하게 됐다”며 “남들에게 추상과 같이 하려면 자신에게는 몇 배나 더 추상과 같이 대해야 하며, 추상을 넘어서 한겨울 고드름처럼 자신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이 선물한 이 액자가 정치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 그리고 김 원장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해임에 이를 사안은 아니다”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과연 문 대통령이 비서관 전원에게 이 액자를 선물한 취지와 맞느냐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12일 “지금 국면에서 정확히 해당되는 말이라 참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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