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질의 4개중 3개 소관 아니다”… 번지수 잘못 찾은 靑

한상준 기자 , 문병기 기자

입력 2018-04-13 03:00 수정 2018-04-1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김기식 파문 확산]여론 외면한 ‘김기식 구하기’

청와대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후원금 ‘땡처리’ 사용 및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간 것이 적법한지를 판단해 달라고 질의한 것을 두고 헛다리를 짚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후원금 사용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외에 나머지 3가지 질문은 선관위가 답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 일각에선 청와대가 ‘금융 검찰의 수장으로서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김기식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한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선관위 “4개 중 3개는 해당 사항 없어”…

청와대는 이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질의서를 보냈다.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직원 퇴직금 지급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출장 △해외 출장 중 관광 등 네 가지 질의가 포함됐다. 모두 김 원장이 연루된 항목이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김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원금을 사용한 게 수사기관 고발 사안인지만 답변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떠난 것은 선관위의 업무 밖으로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원금의 적법 여부도 수사기관이 수사 중일 때는 답변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선관위 법제국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에 회신할 예정이다.


○ 文이 직접 국회 피감기관 출장 건수 공개 결정

동시에 청와대는 19, 20대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돈으로 떠난 해외 출장 횟수를 공개하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무작위로 (피감기관) 16곳을 뽑아 자료를 받아보니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모두 167차례였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이 65차례였고,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고 밝혔다.

김 원장에게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야당을 향해 “너희들은 깨끗하냐”는 경고를 보낸 것.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을 고려해 내린 정무적 판단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청와대는 피감기관 선정 기준, 횟수, 피감기관 비용 부담 비율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출장 횟수 공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원 출신 인사를 임명할 때마다 문제가 될 수 있어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출구전략 차원의 시간 끌기

일각에선 청와대가 김 원장 사퇴를 전제로 한 ‘출구전략’ 마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1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50.5%는 김 원장의 사퇴를 찬성한다고 밝혀 반대(33.4%) 의견보다 많았다. 4개 질의 중 한 가지라도 선관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한다면 김 원장을 해임할 것이냐는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답변을)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말을 흐렸다.

여권 관계자는 “출장 기준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김 원장이 물러나면 ‘해외 출장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부실 검증 책임론도 피해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줄줄이 시작되는 시도지사 경선이 주목이나 받겠느냐”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