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작지만 치명적인 맛… 졸복탕에 한잔 쭉…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입력 2018-04-12 03:00 수정 2018-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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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똘이네집 졸복탕. 석창인 씨 제공
오래전, 친한 후배 아버지가 동네 어르신들과 경로당에서 복요리를 드시고는 단체로 입원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몇 해 전에는 복어독이 미량 함유된 캡슐을 먹으면 골프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속설에 동반자들끼리 나눠 먹고 골프장으로 가다가 참변을 당한 사건도 기억이 납니다.

복요리는 전통 있는 전문 식당에서 먹어야 안전하다는 말도 있지만 일본 도쿄 긴자의 미슐랭 투스타 복집에서도 중독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있었으니 그리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일본에는 ‘복어를 먹는 사람은 어리석고, 안 먹는 사람은 더 어리석다’란 말이 있습니다. 조선 실학자 이덕무는 아예 집안 가훈을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가지 말고, 복어국을 먹지 말라’고까지 했다는군요. 하지만 저는 소동파의 의견을 따르렵니다.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 했으니 말입니다.

복어 종류는 상당히 많지만 오늘 얘깃거리는 ‘졸복’입니다. 졸복은 손가락만 한 복어이긴 하지만 맛이 뛰어나고 가격도 만만찮습니다. 게다가 작다고 얕보지 마세요. 이 작은 놈도 치명적인 독이 있습니다. 실은 졸복이라는 어종은 따로 있는데, 요즘은 참복의 작은 개체를 졸복으로 부르고 있지요.

경남 해안 쪽에선 졸복을 대개 생복으로 요리하지만 서해안 일부 지역은 반쯤 건조해 꾸덕꾸덕한 코다리 형태로 요리합니다. 마산 특유의 ‘건아구’처럼 건조하면 아미노산이 생성돼 맛있긴 하지만 씹을 때 걸리는 게 많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군산 째보선창에 가면 졸복탕으로 유명한 ‘똘이네집’이 있습니다. 이 선창은 과거에는 흥청거리는 큰 부두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항구입니다. 째보선창이란 말도 마치 입술이 찢어진 모양새로 안으로 움푹 들어온 선창이란 데서 나왔다고 하네요. 째보선창은 채만식의 ‘탁류’와 박범신의 ‘소금’이란 작품에서도 나옵니다.

소금 원문을 좀 옮겨 보겠습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가산을 모두 탕진한 정주사가 “두루마기 둘러쓰고 풍덩 물로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해볼까” 하고 늘 탄식하던 곳이 바로 째보선창이었다.…째보선창은 꽃봉오리 시절을 다 흘려보낸 늙은 작부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째보선창이란 단어를 들으면 저는 문득 처량한 젓가락 타령이 떠오릅니다.

평일 진료를 팽개치고 친구들과 여기까지 왔는데, 졸복탕에 ‘쏘주’를 들이켜지 않는 건 째보선창에 대한 예의가 분명 아닐 겁니다. 아무리 낮술이라 해도 말입니다.

●똘이네집: 전북 군산시 구시장로 62. 063-443-1784. 졸복탕·졸복튀김 1만5000원.
●남성식당: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10길 3. 055-246-1856. 졸복복국 1만5000원, 졸
복수육 7만 원.
●충무호동복: 서울 강서구 화곡로53길 10. 02-2691-6300. 졸복국 1만3000원, 충무멍게비빔
밥과 복국 1만9000원.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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