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개그맨도 보러오는… 웃음 빵 ‘스탠드업 코미디’
조윤경 기자
입력 2018-04-11 03:00 수정 2018-04-11 03:00
5일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한창인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 중앙 홀 테이블 10여 개에 나눠 앉은 관객은 공연 중에도 바에 가서 술을 주문했다. 정면을 바라보고 앉아 감상하는 주입식 공연 문화보단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5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건물의 지하 20평 남짓한 공연장. 한쪽 무대엔 약 1m 높이 스피커와 스툴 의자, 스탠딩 마이크만이 조명 속에 놓여 있다. 미국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오프닝이 떠오르는 경쾌한 재즈 음악. 한 관객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에 놀라 ‘오’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거리를 걷기만 해도 남자들이 날 보는 시선이 예사롭지가 않더라고. 순간 훅 들어와. 누구한테라도 인기가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남성 코미디언 A 씨)
막이 오른 뒤 총 다섯 명의 출연자가 마이크 앞에 섰다. 온통 말잔치였지만 ‘19금(禁)’ 쇼답게 내용은 자극적이었다. 성경험이나 동성애, 남북관계처럼 은밀하고 민감한 이슈를 쏟아냈다. 테이블 10여 곳에 자리한 관객들은 뒤편 바에서 주문한 술을 마시면서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리며 공연을 즐겼다. 거칠 것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공연장보단 해방구로 여겨졌다.
최근 홍익대 인근 공연장 등을 중심으로 ‘스탠드업 코미디’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로지 ‘입담’으로 승부하는 개그 쇼다. 사실 한국도 과거엔 나름대로 스탠드업 코미디가 성행했다. 고 서영춘 배삼룡 이주일 등 당대를 호령하던 코미디언들은 마이크만 쥐여 주면 날아다녔다. 하지만 TV가 코미디의 주요 무대가 된 뒤 콩트가 대세가 됐다. 지금도 코미디 공연은 대본을 갖춘 극 형식이 대다수다.
서울 마포구 ‘공간 비틀즈’에서 공연하고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이용주(왼쪽 사진)와 2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할 예정인 방송인 유병재. 스탠바이스튜디오·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지난해 방송작가 출신인 유병재가 공연 ‘블랙코미디’를 대히트시키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의 두 번째 공연인 ‘B의 농담’은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 유튜브에서도 데이브 셔펠이나 앨리 웡 등 해외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공연 영상이 큰 인기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은 뭘까. 관객들은 재즈가 지닌 ‘무정형성’과 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김유현 씨(29)는 “속이 후련하고 통쾌하다. 소품이나 억지 설정 없이 재미를 주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혜빈 씨(23)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순간에만 웃긴 상황이 있는데, 그런 종류의 웃음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스탠드업이 요즘 줄줄이 폐지되거나 부침을 겪는 TV 공개코미디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실 현장에서 본 쇼는 너무 ‘성인용’이라 대중적이진 않았다. 정치나 사회 이슈에 관대하지 않은 한국 문화도 걸림돌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정재형 씨(30)는 “현재 국내에선 스탠드업 코미디 팀이 몇 안 되지만, 남희석 씨 등 유명 개그맨 선배님들이나 공연 관계자들이 직접 공연을 보러 방문하는 등 관심이 크다”면서 “앞으로 더 다양한 코미디 장르가 대중에게 사랑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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