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미세먼지 잡아라”… 물대포 쏘고 드론 출동해 인공강우

신동진 기자

입력 2018-04-11 03:00 수정 2018-04-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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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망설계 노하우 야구장에 활용
위즈파크 실내외 8곳에 측정기… 1,3루 관중석에 물대포 10대 장착
경기중에도 공조기로 공기 정화… 주변 ‘나쁨’에도 경기장은 ‘보통’





#1. 지난달 30일 KT와 두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이날 경기장 주변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었지만 구장 내 공기 질을 표시한 대형 전광판에는 미세먼지가 ‘보통’으로 나타났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실시한 ‘응급처치’ 덕분이었다. 구장 1, 2층 관중석 사이에 설치된 물대포들이 일제히 물을 뿜고 살수용 드론은 경기장 구석구석을 날며 인공비를 뿌렸다.

#2. KT위즈파크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된 6일에도 인공강우를 뿌렸다. 이날 경기가 다시 열리진 못했지만 KT 자체 측정 결과 구장 내 미세먼지는 인공강우 덕택에 인근 측정치보다 최대 40%가량 낮았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구단 관제시스템에 전부 기록됐다. 박민호 KT 기가IoT사업단 차장은 “인공강우와 공조기 가동으로 인한 공기 질 개선 효과(빅데이터)가 쌓일수록 적(미세먼지)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T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를 무기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섰다. 올 시즌 KT위즈파크 실내외 8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했고 1, 3루 쪽 관중석에 2000만 원을 들여 인공강우기 10대를 장착했다. 경기 도중에도 관중의 이동경로와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구장 내 대형 공조기 강도를 조절하며 공기를 정화한다. 외부 유동인구와 교통량, 공사장 등 장외 데이터와 미세먼지 연관성도 함께 분석한다. 미세먼지 발생인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저감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다. 경기 전 구단 애플리케이션(위즈앱)과 구장 전광판에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고 입장 시 마스크팩도 준다.

KT위즈파크의 미세먼지 관리는 KT가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하는 IoT 기반 공기 질 개선 프로젝트 ‘에어맵 코리아’의 일환이다. 통신사의 촘촘한 망 설계 노하우를 공기 질 측정에 활용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 효율을 높이는 게 골자다.

박 차장은 “KT가 통신기지국을 세울 때 유동인구와 통화량 등을 고려해 최적의 위치를 찾았던 것처럼 기후와 지역 정보, 통행 및 취약연령층 분포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기 질 개선 효과를 높인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2015년 감염병 확산 경로 파악에 기지국 정보를 활용한 것처럼 빅데이터를 환경안전 수단으로 쓴다는 뜻이다.

KT는 지난해 사람들이 몰리는 다중시설의 공기 질 개선 아이디어를 사내 공모했다. 그 결과 인공강우에 착안해 KT위즈파크에서 여름철 관중 오락용으로 쓰던 응원단 물대포 방향을 경기장 쪽으로 돌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스모그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 사례와 각종 국내외 연구 자료도 참고했다. 워터캐넌(물대포), 드라이포그(안개 같은 미세 물방울 살포) 등 다양한 물 뿌리기 방식을 비교한 결과 충분한 압력으로 물을 분사했을 때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커버리지가 뛰어난 워터캐넌 방식이 최종 채택됐다. 드라이포그는 초미세먼지를 잡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낮은 분사 압력과 증발 등으로 넓은 실외엔 부적합했다. 그 대신 물의 양은 제한적이지만 이동성이 장점인 살수용 드론으로 워터캐넌의 단점(장소 제약)을 보완하기로 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공기 질 개선 효과는 철도와 학교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T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서고속철도(SRT) 승강장에서 객차와 레일 등 물청소와 미세먼지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물청소를 진행했을 때의 미세먼지 농도가 물청소를 하지 않은 기간보다 20%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교육청 산하 학교 20곳에서는 공기 질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환기 장치만 제대로 작동시켜도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등 오염요소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세먼지 농도와 무관하게 정해진 구역을 골고루 돌던 살수차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가 많은 지역 위주로 동선을 짜서 효과를 보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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