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철강산업, 5년 주기 상승기회 왔지만…

백재승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입력 2018-04-05 03:00 수정 2018-04-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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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승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특정 업종에 투자할 때는 업황의 흐름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철강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 25년을 보면 철강업종의 고점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모두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시작되던 때다. 저점은 2000년(미국 일본)과 2016년(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시기였다. 상승과 하강 곡선이 5년씩 반복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과거의 흐름대로라면 올해도 최근 2년간 계속된 주가 상승 곡선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최근 두 달 동안 국내 철강·소재업종 지수는 약 15% 하락했다. 하락세가 일시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만큼 향후 철강산업의 수요와 공급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은 글로벌 철강산업에서 수요와 공급 모두 약 50%의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부동산 규제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중국은 올해 3000만 t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철강 생산설비를 폐쇄할 계획이다. 철강 수요 감소에 따라 공급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최근 개헌안 통과로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시 주석이 관심을 쏟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슝안 신구 개발 프로젝트’가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종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프로젝트들의 진행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한미 철강관세 협상 타결로 철강업종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점도 호재다. 아직 수입 쿼터제 문제가 남긴 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위기를 극복할 저력이 있다. 수출 지역 다변화, 품질 개선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의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 조선, 건설업의 부진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철강 가격 흐름은 이미 글로벌 경기와 철강산업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결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철강산업은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아직 구조적인 하락을 우려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오히려 최근 한국 철강 기업들의 주가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우리는 철로 만든 자동차를 타고,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철기 시대’에 살고 있다. 철강산업 역시 진보하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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