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치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방사선으로 전립선 암세포만 잡는 ‘브라키세러피’ 450건 돌파

김윤종 기자

입력 2018-04-04 03:00 수정 2018-04-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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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수술과 재발률 비슷하나 부작용 적어 국제적 인정 받아
복강경 생체간이식수술도 성공


치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원장 김재화)은 최근 첨단 전립선(전립샘)암 치료법인 ‘브라키세러피(brachytherapy)’ 수술 450건을 돌파했다. 복강경을 이용한 생체 간이식 수술에도 성공하면서 첨단 병원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브라키세러피’를 아시나요?

분당차병원 의료진이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수술법인 ‘브라키세러피’를 시행하고 있다. 전립선에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삽입해 암세포만 죽이는 방법으로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인 이 수술법은 2007년 분당차병원이 국내 처음 도입했고 최근 시행 450회를 넘겼다. 차병원 제공
‘브라키세러피’란 전립선암 치료법이다. 전립선에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삽입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전립선 70∼80군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삽입하면 여기서 미량의 방사선이 나오면서 암을 죽이는 원리다. 재발률과 생존율면에서는 기존의 전립선 적출수술과 동등하면서도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적어 국제적으로 큰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수술법은 분당차병원 비뇨의학과 박동수 교수와 방사선종양학과 신현수 교수팀이 2007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명성을 얻으며 최다 수술 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치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최근 브라키세러피 수술이 450회를 돌파했다”고 2일 밝혔다. 분당차병원은 “전립선 형태에 따라 최적화된 수술방법을 적용하는 한편 수술 중 전립선 내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이 정확하게 주입되도록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최신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초기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전립선 적출수술(로봇수술), 외부 방사선 치료, 브라키세러피 등이 있다. 이 중 적출수술은 전립선 전체를 제거해 30∼90%는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등 성기능장애와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외부 방사선 치료를 하면 효과가 90% 이상으로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또 요실금, 발기부전 등 부작용을 겪지 않아도 된다. 초기 전립선암 치료 시 수술보다 방사선 요법이 더 많이 활용되는 이유다. 하지만 외부 방사선 치료 역시 전립선 및 골반에 넓게 방사선을 쏘이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브라키세러피는 전립선을 제거하지 않아 합병증이 적다. 외부 방사선 치료가 주위 장기 조직 손상을 우려해 30회 내외로 나눠 시술하는 반면 브라키세러피는 단 1회 수술로 끝난다. 치료 다음 날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다. 치료 후 재발이 의심될 경우 적출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시술 후 연필 심 크기의 작은 동위원소 캡슐을 전립선 조직에 박은 상태로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올해부터는 건강보험도 적용돼 기존에 1600만∼2000만 원이던 치료비가 절반 정도로 내려간다.

하지만 아무 병원이나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라키세러피는 다양한 모양의 전립선에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정확하게 삽입하는 수술기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분당차병원은 브라키세러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뇨의학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들의 협진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차가 있는 전립선의 해부학적 구조를 잘 아는 등 경험이 풍부한 비뇨의학과 의사가 수술을 담당한다. 방사선 안전관리의 전문성을 갖춘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는 전립선 내에 치료선량 분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해 정확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전립선암이라도 브라키세러피가 어려운 상태가 있다. 방광과 요도괄약근 이상으로 소변 관련 증상이 매우 심한 환자, 혹은 전립선 크기가 60cc 이상으로 매우 큰 환자는 브라키세러피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회음부를 통해 동위원소를 삽입하는 치료의 특성상 전립선 일부가 치골에 가려지는 탓이다. 분당차병원은 “전립선암에 대한 지식이 깊은 비뇨의학과 의사가 수술 후 관리 및 치료, 추적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어가는 것도 우리 병원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복강경을 이용한 생체 간이식 수술 성공

분당차병원은 최근 흉터와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복강경을 이용한 생체 간이식 수술에도 성공했다. 기증자의 복강경 간이식 수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분당차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성훈 외과 교수와 이정준 이식외과 교수는 최근 기증자인 46세 여성 A 씨의 간 우엽을 복강경을 이용해 적출한 후 간경화로 간부전을 앓고 있던 A 씨 오빠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최 교수가 A 씨의 복부에 작은 구멍 4개를 뚫어 복강경을 삽입해 간 우엽을 절제한 뒤 하복부의 일부를 절개해 간을 적출했다. 이 교수는 A 씨 오빠의 간을 제거한 후 적출한 A 씨의 간을 이식했다. 간을 기증한 A 씨는 수술 후 특별한 합병증 없이 7일 만에 퇴원했다. A 씨 오빠 역시 21일 만에 퇴원했다.

국내에서는 뇌사 공여자가 많지 않아 간이식의 약 85%가 환자의 가족이나 친척 사이에 생체 간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차병원은 “환자에게 이식하는 간과 공여자에게 남아있는 간 모두를 정교하게 보존하면서 절제해 이식해야 하는 생체 간이식은 의료진의 고도의 집중력과 의료기술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간은 우측 상복부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수술 시 접근이 어렵고 혈관이 많은 간의 특성상 쉽게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복강경을 이용한 간이식 수술은 외과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다.

간적출 개복수술은 기증자의 복부에 25∼30cm 이상의 큰 흉터가 남는다. 반면 복강경 수술은 복강경을 삽입할 때 생기는 0.5∼1.1cm의 작은 흉터만 남는다. 환자와 기증자의 심적 부담이 적어지는 이유다. 또 절제한 간을 적출하기 위해 복부 아래쪽을 절개해 남겨진 5∼8cm 정도의 흉터는 속옷에 완전히 가려져 미용적인 효과도 높다. 무엇보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주위 조직의 손상이 적다. 흉터와 통증 감소로 일찍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분당차병원 김재화 병원장은 “생체 간이식은 건강한 기증자의 간을 잘라 환자에게 이식하는 간과 공여자의 남아있는 간이 모두 제 기능을 해야 하기에 복잡하고 어렵기로 손꼽히는 수술”이라며 “분당차병원은 기증자의 복강경 간이식 수술뿐만 아니라 폐·심장 이식까지 장기이식 분야를 확대해 장기 이식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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