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만드는 국가들… 달러 대체할까

김성모기자

입력 2018-03-29 03:00:00 수정 2018-03-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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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가상통화를 법정통화로 사용하는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국 화폐 없이 달러를 사용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가상통화를 도입해 ‘달러 독립’을 모색하는 추세다. 가상통화 발행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국가도 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디지털화폐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관련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직접 가상통화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마셜제도, 가상통화로 ‘달러 독립’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통화를 법정통화로 인정했다. 마셜제도 의회는 올해 2월 말 디지털 화폐 ‘소버린(SOV)’을 발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버린(Sovereign)은 ‘독립된’이라는 뜻으로, 소버린 발행으로 화폐 독립을 이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힐다 하이네 마셜제도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다. 마침내 자국 통화를 발행하고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자유를 얻었으며 진일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셜제도는 40년 가까이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1986년 독립했지만 여전히 자국 통화로 미 달러를 써왔다.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소버린 발행이 시작되면 인구 약 6만 명이 달러와 동등하게 소버린을 사용할 수 있다.

마셜제도 정부는 총 2400만 소버린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 중 600만 소버린을 해외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240만 소버린은 세금 납부, 생필품 구매 등을 목적으로 국민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화폐 독립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통화의 큰 변동성 때문에 달러와 병행해서 쓸 수밖에 없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 반미 국가들도 주목

미국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반미 국가도 가상통화에 주목하고 있다. 추적이 어려운 가상통화를 발행해 금융 제재를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2월 가상통화 발행에 착수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통화가 종잇조각으로 전락할 정도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자 원유 매장량을 담보로 가상통화 ‘페트로’를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을 1300%로 전망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연설에서 “오늘 ‘슈퍼맨(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가상통화가 태어났다”고 선언했다.

이란도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단으로 가상통화에 주목하고 있다. 무함마드 자바드 아자리 자흐로미 정보통신기술부 장관은 최근 “국영 포스트뱅크를 통해 가상통화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가세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가상통화 ‘크립토루블’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경제자문인 세르게이 글라제프는 최근 각료회의에서 “크립토루블이 국제 제재를 해결할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가상통화 활성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스위스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가상통화를 판매하는 가상통화 공개(ICO)를 장려하고 있다. 가상통화인 이더리움의 재단도 스위스에 있다. 금융 패러다임이 가상통화나 디지털 화폐로 넘어가더라도 금융패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 관계자는 “가상통화가 기업들의 지급결제 수단에 이어 일부 국가에서 법정통화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통화 결제 기반 확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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