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54년간 의료봉사 헌신… 性-학교-가정폭력 피해자 치유에 힘써

박진혜기자

입력 2018-03-28 03:00 수정 2018-03-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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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김임 전주 김임신경정신과의원장


해외 의료봉사도 실시하며 인술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김임 원장(왼쪽).
제34회 ‘보령의료봉사상’ 시상식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국내 최고 권위의 의료봉사상인 보령의료봉사상 올해의 대상은 전북 전주 김임신경정신과의원의 김임 원장에게 주어졌다.


의대생 시절부터 소명처럼 해온 의료봉사

김 원장은 1964년 시작한 봉사활동을 54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그는 국내 무의촌 및 해외 의료봉사는 물론 경제적 후원과 정신건강 치유, 생명의 전화·가정폭력상담소·가정법률상담소·YMCA 등의 사회활동 참여를 통해 인술 실천에 앞장서 왔다.

전남대 의예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4년 김 원장은 전남의대·간호대 연합 의료봉사 동아리를 통해 무의촌 의료봉사를 시작하며 봉사의 길에 들어섰다.

의료봉사 활동 초기 김 원장은 기생충 박멸 사업부터 레크리에이션 보급, 화장실 개량과 손 씻기 운동 등 위생과 예방활동을 진행했다. 이후 1972년부터 2016년까지 40년이 넘게 ‘장미회’에 몸담으며 간질 환자를 무료 진료하기도 했다. 또한 1985년 이후엔 성폭력 피해자, 학교폭력 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치료봉사에 힘썼다. 아울러 병원·학교·사회단체에서 자살 예방, 스트레스 관리, 청소년 자녀와의 소통 문제, 위기관리 등 정신건강 강좌도 진행했다.

이뿐 아니라 김 원장은 지역 YWCA와 합동해 학교 주변 유해환경 감시위원으로, 경찰과 연합해 선미촌 방문 상담의로, 정신건강의학과 이메일 상담의로, 교도소 진료 및 자살 예방활동이나 교육 강사로 바삐 지냈다. 또 전주 ‘생명의 전화’ 이사장이자 자살예방상담 및 슈퍼바이저 1급 강사, 전화상담 봉사자의 동아리 지도교수, 20년 이상 교육위원장 및 슈퍼바이저로 활동하는 등 1인 다역을 소화했다. 10년 전부터는 전주 가정법률상담소 및 가정폭력상담소를 지원하며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행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정폭력 상담의로서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위한 주요 집단치료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상자 모두 국내 의료 선진 이끌어와

보령의료봉사상을 받은 김 원장에게는 상패와 순금 10돈 메달, 상금 5000만 원이 수여된다. 대상 상금이 기존 3000만 원에서 올해부터 5000만 원으로 인상됐다.

이와 함께 34회 보령의료봉사상 본상에는 1995년부터 23년 동안 국내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정찬의 정비뇨기과 의원(세종시) 원장, 2003년부터 15년 동안 의료사각지대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무료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예리코클리닉봉사회, 1997년부터 21년 동안 매주 월요일 경기 의왕시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의원 재건 및 성형 담당 위촉의사로서 한센병 환자 후유증을 치료하고 있는 박향준 교수(인천 가천대길병원 피부과)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에게는 상패와 순금 10돈의 메달이 수여됐다.

김 원장은 수상 소감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저는 평범한 의사이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 한 명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범한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오늘의 수상은 기적 같은 행운”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봉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커다란 헌신과 협조 덕이다. 동반자인 아내에게 이 상을 기쁘게 넘겨주겠다”며 “앞으로도 따스한 마음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축사를 대독한 이기일 의료정책관은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까지 높여온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의협신문의 발행인인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이 땅에 더 밝고 건강한 의료봉사 문화를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의료취약지에서 헌신적인 인술로 사랑을 베푸는 의료인과 의료재단을 발굴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보령의료봉사상이 제정됐다”며 “이 기회를 빌려 어려운 여건 속 참 의료를 이어가는 수상자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또 “수상자들의 뜻이 지속적으로 발전돼 후배들이 귀감으로 삼을 수 있길 바라고, 보령의료봉사상이 더욱 권위 있는 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고 참된 의료인상을 제시하는, 그리고 봉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그간의 수상자들을 만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등불과 마주하고 삶에 온기를 더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공적과 희생을 상으로 대신할 수 없겠지만 보령은 그들의 귀한 뜻을 이어나가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걷겠다”고 전했다.


사회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상

제34회 보령의료봉사상 시상식.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한우석 예리코클리닉봉사회 회장, 김임 원장, 박향준 교수, 정찬의 원장,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왼쪽부터).
보령제약(대표 최태홍)은 ‘제약산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산업’으로 다른 산업과 달리 경제적 의미보다는 인간 존중의 사회적 가치가 중시돼야 한다는 정신으로 제약산업의 사회적 기능 수행을 위한 기업윤리와 선행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학술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원 활동은 물론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지원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보령의료봉사상은 대표적인 사회 기여 프로그램으로, 의료 취약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봉사하고 있는 의료인 및 의료단체의 숨은 공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보령의료봉사상은 1984년 보령제약 사보 ‘보령’에 매달 전국의 낙도와 산간벽지, 오지 등에서 봉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던 의사들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던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1985년 ‘대한의사협회’와 ‘보령제약’이 전국 각지에서 묵묵히 참의사상을 구현하며 인술(仁術)을 펼치고 있는 의사들의 뜻을 기리고자 보령의료봉사상을 제정했으며, 올해로 34회를 맞이했다.

보령의료봉사상은 고 이태석 신부를 비롯해 케냐의 어머니 유루시아 수녀, 27년간 무의탁자와 노숙인을 치료하고 있는 성가복지병원 박용건 과장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지난 33회 대상은 충북 음성꽃동네에서 29년간 의료봉사 통해 소외된 이들 치유하고 있는 신상현 의무원장이 수상했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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