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안엔 남녀 성차 없어… 여성진출 더욱 장려를”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8-03-27 03:00 수정 2018-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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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보안 책임자 2人 인터뷰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글로벌 보안전략과 보안기술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징 더종천 MS 글로벌보안전략임원(왼쪽)과 다이애나 켈리 MS 정보보호 현장 최고기술책임자(CTO).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해커의 공격에 대비하는 정보보호 분야는 늘 모호함과 맞서야 합니다.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새로운 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를 위해 멀티태스킹 능력, 강한 동기 부여, 협동 능력, 그리고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모두 여성이 강점을 보이는 자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각각 보안 전략과 기술을 책임지는 수장인 징 더종천 MS 글로벌보안전략임원과 다이애나 켈리 정보보호 현장 최고기술책임자(CTO)를 23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갈수록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는 정보보안 분야의 전문가는 남녀를 불문한다”며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진출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며 대표적인 남초 분야로 꼽히는 정보공학, 그중에서도 정보기술(IT) 보안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또 후대의 여성 과학기술자를 양성하는 데에도 특히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징 위원은 미국 여성임원포럼(EWF)의 이사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기술 분야 여성의 역할을 장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MS 사내에 ‘보안 분야의 여성들(Women in Security)’이라는 조직을 설립해 여성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도 두 사람은 MS코리아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가 공동주최한 ‘정보보호와 여성’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의 젊은 여성 과학기술자를 만났다.

징 위원은 “여성이 지닌 인내심과 헌신적 태도를 강조하지만, 결코 선천적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정과 일을 동시에 추구해 온 여성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켈리 CTO 역시 “능력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존재할 뿐 남녀의 성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취업 시장에서 여성이 마주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한국의 여성 과학자, 공학자의 현황은 결코 상황이 좋지 않다. 징 위원은 WISET이 발간한 ‘2016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 보고서의 통계자료를 가리키며 “자연과학을 대학 전공으로 택한 남녀의 성비는 1:1에 가까워졌지만, 공학은 아직 전체 인력의 20% 미만만 여성일 정도로 절대적 열세”라고 말했다. 여성의 정보보안 분야 진출을 장려하려면 우선 인력 풀 자체가 작은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20대 때 80%로 남성과 거의 동등했던 여성의 고용률은 30대가 되는 순간 육아 등의 문제로 60%로 급격히 떨어진다. 징 위원은 “그나마 공학은 기술 덕분에 40대 이후 조금 반등하지만, 자연과학은 회복하지 못한 채 경력이 단절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남성의 고용률은 30대 때 90%로 올라가 줄곧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60대에야 70%로 떨어진다.

징 위원과 켈리 CTO는 기업이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육아에 의한 경력 단절을 위해 유급 출산휴가를 늘리는 방안을 언급했다. 징 위원은 “현재 MS는 5개월 유급휴가를 기본으로 보장하고, 필요에 따른 추가 무급휴가를 주고 있다”며 “원래 3개월이었던 기간을 2016년부터 바꿨는데, 직원 대부분이 회사의 원래 자리로 복귀하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채용도 계속 늘리고 있다. 모든 직위의 27%, 전체 임원의 19.1%가 여성이다. 징 위원은 “IT 업계 치고는 무척 높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지속적으로 높아지도록 (우리 같은) 여성 시니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직에 여성을 늘리기 위한 조언도 했다. 징 위원은 “남성은 고위직이 되면 ‘내가 능력 있으니 뽑은 거다’라고 자신만만해 하는 반면, 여성은 ‘내가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끊임없이 증명하려 한다”며 “이런 차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징 위원과 켈리 CTO는 그 방법으로 여성 사이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켈리 CTO는 “더 많은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경험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야기를 듣고 다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참여하다 보면, 더 이상 여성의 참여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징 위원은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을 때 여성이 거의 없었다”며 “처음 여성 상관이 나를 뽑았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여성 시니어는 다른 여성을 멘토링하며 지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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