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철강관세 일시 면제, 더 큰 혹 붙이는 사태는 막아야

동아일보

입력 2018-03-24 00:00:00 수정 2018-03-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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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의 수입 철강 등의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4월 말까지 제외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 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도 한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시 제외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더 불리해졌다. 철강관세 부과 대상국 제외를 유지하려면 미국이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요구하는 자동차 분야 등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이미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할 때 안전 및 환경규제 예외 적용을 받는 물량을 늘리고,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픽업트럭의 관세 시한은 연장해 달라고 한다. 자칫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한국은 미중(美中) ‘무역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도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 달러의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미국 투자도 제한하는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첨단 정보기술(IT) 제품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즉각 반발한 중국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을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 밀집한 주(州)의 생산품인 돼지고기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128개 품목에 30억 달러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 한국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물량의 약 80%는 중간재다.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한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 등에 수출한다. 중국의 미국 수출이 막히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향후 중국 압박 정책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자칫 미국 편에 서면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에 맞닥뜨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한국은 미중 어느 쪽에도 적(敵)이 아니라는 신호부터 분명히 줘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중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 구조를 벗어나야 글로벌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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