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 긴장감으로 꽉 찬 무대

김정은기자

입력 2018-03-20 03:00:00 수정 2018-03-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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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연극 ‘미저리’

28년간 연기 내공을 쌓은 배우 김승우의 연극 무대 데뷔는 합격점이었다. 대사 전달력, 감정 처리, 상대 배우와의 호흡까지 모든 것이 안정적이었다. 배우 김승우와 김상중이 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돼 화제가 된 연극 ‘미저리’는 출연 배우가 3명으로, 사실상 2인극에 가깝지만 110분의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이어지며 몰입하게 만들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과 이 소설의 광적인 팬 ‘애니’다. 신작 원고 작업을 마친 폴은 폭설이 쏟아지던 날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를 미행하던 애니는 폴을 구조해 자신의 집에 감금한 뒤 그를 보살핀다. 때로는 폴의 엄마처럼 간호하고, 때로는 광적으로 폴을 몰아붙이며 그를 소유하려 든다. 애니 역의 길해연에게서는 광기와 살기, 상냥함 등 복잡한 감정이 시시각각 예측할 수 없이 튀어나온다. 폴은 점점 미쳐가는 애니를 설득하며 탈출을 꿈꾼다.

애니가 걷잡을 수 없는 ‘폭풍우’ 같은 존재라면, 폴은 위기 상황에서도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캐릭터다. 김승우는 침착하면서도 안정적인 폴을 자연스럽게 그리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무대 경력이 많고 연기 내공이 탄탄한 길해연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세트는 회전무대 위에 지어진 애니의 집뿐이다. 360도로 회전하며 폴이 감금된 방, 애니의 생활공간인 주방, 폴의 실종을 수사하는 보안관과 애니가 주로 만나는 집 앞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애니 몰래 감금된 방을 탈출해 주방으로 이동하며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장면에서는 무대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배우의 동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여러 곳에 배치된 카메라에 담아낸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4월 1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5000∼7만7000원. 1544-1555 ★★★(★ 다섯 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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