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 요양병원-요양원-주야간보호센터 ‘통합의료복지시스템’ 갖춰

동아일보

입력 2018-03-14 03:00 수정 2018-03-14 08:3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우리동네 환자중심병원〈1〉미소들의료재단

《헬스동아가 본지 시리즈의 ‘우리 동네 착한 병원’에 이어 ‘환자중심병원’ 시리즈를 시작한다. 환자중심병원이란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를 위한 진료 시스템과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실천하는 병원이다. 많은 것들이 상업화되고 있는 현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로 인술(仁術)을 펼치고있는 숨어 있는 병·의원들을 찾아내 소개한다. 본보 시리즈로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환자가 돌아다니는 전 병동 바닥엔 따뜻한 온돌 장치를 설치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동네 노인들을 위한 주야간보호센터
신 씨는 매일 아침 집 앞에서 ‘미소들’ 운송 버스를 기다린다. 주야간보호센터의 차가 정차하면 요양보호사가 신 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차는 다른 집 몇 군데를 더 돌고나서 센터에 도착한다. 신 씨는 자리에 앉아 실내화로 갈아 신고 센터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는다. 테이블에 놓인 물통의 보리차를 마시고 오전 간식을 먹으면 사회복지사의 출석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오전, 오후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공기압치료를 받고 나면 어느새 오후 4시 30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 씨는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갑자기 발병한 뇌졸중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후에는 집에서 아내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걷는 것이 불편해 산책을 할 때는 반드시 아내나 자녀들과 함께해야 했다. 그 외의 시간은 주로 집에서 보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미소들의료재단은 2008년 노인전문병원으로 개원했다. 요양병원, 요양원(실버케어센터), 주야간보호센터의 통합운영시스템을 갖춘 곳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특히 주야간보호센터에선 아침, 저녁에 집을 오가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치매환자의 이동을 돕고 있다.

주야간보호센터는 장기요양 1∼5등급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치매, 뇌혈관질환, 파킨슨병 등)을 가진 환자들이 이용한다. 생계 등으로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경우 센터에서 주간과 야간 동안 환자를 보호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능 회복을 돕는다.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비롯해 혈압, 혈당 체크, 공기압 치료 등 건강관리와 신체기능유지 프로그램, 미술치료, 실버 체조, 웃음치료, 음악치료 등을 제공받는다. 일종의 노인들을 위한 유치원인 셈이다.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정원은 34명으로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10명 정도가 환자들을 돕고 있다. 본인부담금이 15%로 주간만 이용할 경우 한 달 20만 원, 야간까지 이용하면 30만 원 정도 든다. 이용자는 센터에서 차로 1시간 내에 거주하는 환자들이다.


노인전문 의료복지복합시스템 운영
재활전문병원인 미소들요양병원은 양·한방 협진병원이다. 의사는 총 13명으로 재활의학과(3명), 신경과(4명), 내과(2명), 한방과(1명), 성형외과(1명)와 당직 의사(2명)로 이뤄져 있다. 간호사는 60명으로 모두 간호 1등급을 받은 간호사다. 간호조무사(35명), 물리치료사(35명), 작업치료사(20명), 언어치료사(1명), 사회복지사(1명)도 환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윤영복 병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로 환자들의 욕창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본보가 취재를 나갔던 날도 윤 원장은 아침부터 환자들의 욕창을 치료하느라 바빴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맥박과 심장박동, 몸 상태는 간호사가 화면을 통해 맥박, 호흡 등 상태를 관찰한다.

요양병원에는 현재 400여 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 중이다. 미소들요양병원은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 병원에 선정됐다.

실버케어센터는 노인장기요양기관으로 만 65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이 입소해 생활한다. 2008년에 만들어져 현재 75명의 정원을 채우고 있다.

미소들의료재단의 큰 장점은 요양원과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센터 내 주치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양원에 있는 환자 중 치료가 필요한 경우 다른 병원에 갈 필요 없이 건물 내 요양병원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1층에는 재활을 비롯해 각종 치료실이 모여 있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동선을 짧게 했다.

계단엔 추가 손잡이를 만들어 낙상을 방지하도록 했다.
곳곳에 낙상, 뛰어내림 방지 시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에게 낙상 사고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다. 미소들의료재단은 환자, 간호사, 간병사에게 낙상예방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단과 난간 곳곳에 낙상과 뛰어내림 방지를 위해 안전구조물을 이중으로 설치했다. 노인 환자의 손이 닿는 곳에는 모두 안전손잡이를 만들었다.

각 층마다 다른 색깔을 입혀 병동을 쉽게 찾도록 했다.
병원을 돌다 보면 층별로 벽과 문, 천장이 분홍색, 파랑색, 주황색, 보라색 등 서로 다른 색깔로 칠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인지능력이 저하된 중증치매환자가 숫자 표시만으로는 자신이 쓰는 방이 몇 층인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 층별로 병실 벽과 천장에 색을 칠해 구별해 놨다.

각 층마다 다른 색깔 표시
병원 중앙에 있는 온실은 커다란 환풍기 역할을 한다. 실내 냄새를 창문으로 빼 천장 밖으로 배출하는 형식이다. CCTV는 화재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고 속보기는 소방서와 바로 연결이 가능하게 했다. 작은 스티커의 소화기 표지판은 주의를 끌지 못해 큰 글씨의 화살표 모양으로 교체작업 중이다. 비상구가 모두 계단으로 돼 있어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것에 대비해 층마다 창문을 통해 빠르게 이동할수 있는 경사강하식 구조대가 설치돼 있었다.

환자들이 던져서 사용하는 소화기
건물 곳곳에 충분한 휴식공간과 화랑길, 미소길 등으로 이름을 붙여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걷기운동을 장려했다. 천장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누각 장식을 만들어 노인들의 심신 안정을 도왔다.

빠른 사회복귀 도와
윤 원장이 노인전문병원을 시작한 건 10년 전이다. 본격적으로 노인복지를 공부한 건 그보다 10년 더 전부터다. 고령화로 치닫고 있던 우리나라는 당시만 해도 노인복지라는 개념이 부족했던 때다. 이렇다 할 노인복지시설도 당연히 부족했다.

윤 원장이 병원 부지를 마련하는 데 걸린 시간은 7년. 개봉동 매봉산 아래 양지바르고 구옥들에 꽃이 예쁘게 핀 주택가 사이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처음에 중증치매환자와 노인복지시설이란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터를 마련하고도 병원 문을 열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지금은 병원 바로 앞 개봉중학교 학생들과 요양원 노인 사이에 봉사 교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윤 원장은 “미소들의료재단의 요양병원, 주·야간보호센터, 요양원은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곳이 아니다”며 “노인들이 치료를 받고 집으로 사회로 빠르게 복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병원의 모든 의료진과 치료사들은 환자의 재활치료와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훈련에 몰두한다.

미소들병원은 환자 중심의 서비스와 시설을 잘 갖춘 곳이었다. 한편 미소들의료재단은 매년 캄보디아로 해외봉사도 간다. 본보 취재가 있던 날 마침 캄보디아 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환자 눈높이서 ‘인술’ 펼치는 병원 선정”

왼쪽부터 본보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김상일 병원협회 총무이사(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이재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변인,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공정성 확보 위해 선정委구성
‘환자중심병원’ 시리즈는 2014∼2015년에 걸쳐 본보에서 진행했던 ‘우리 동네 착한 병원’ 시리즈의 후속 기획이다. 우리 동네 착한 병원은 당시 환자의 입장에서 착한 병원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착한 병원의 정의를 내리고 기준을 정해 선정된 병원들을 소개하며 환자와 보호자, 병원의 큰 호응을 얻었다.

환자중심병원 시리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요즘 크게 대두되고 있는 감염 등 환자 안전과 환자와 보호자의 눈높이에서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는 병원들을 찾아 나선다.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하고 있는 병원들을 찾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공정한 선정을 위해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환자중심병원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선정위원은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 위탁 수행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구홍모 환자안전본부장 △김상일 대한병원협회 대변인(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이재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변인 △의사 출신인 본보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

위원들은 진지한 논의를 거쳐 환자중심병원 선정 기준을 세웠다. 한진우 위원은 “환자는 의사의 말에 집중한다. 의사와 병원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선정 기준을 밝혔다. 김주현 위원은 “사소한 것이라도 의료진의 배려가 돋보이는 병원들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상일 위원도 “겉모습이 화려한 병원이 아닌 알차고 지역주민을 위한 병원 찾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중심병원은 국내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환자 중심의 서비스, 의료를 실천하는 의료기관을 두루 살펴본다. 환자의 안전 보장과 편의, 만족 등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서비스하는 병원을 찾을 예정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