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덮친 미투 후폭풍…공연 취소·환불 요청에 제작사 문 닫기도

김정은 기자 , 장선희 기자

입력 2018-03-06 16:50 수정 2018-03-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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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성추문이 불거진 인물과 관련된 공연에 대해 환불 요청이 이어지고 제작사가 문을 닫는가 하면 개봉 예정인 영화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배우 조재현이 대표인 공연제작사 수현재컴퍼니는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에쿠우스’를 마지막으로 4월 말 폐업한다. 연출가 이윤택이 이끈 극단 연희단거리패도 지난달 19일 해체됐다. 연희단거리패 전직 단원 A씨는 “숙식을 함께 했던 수십 명의 단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것은 물론 오갈 데가 없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백수광부가 제작비 1억 4000여만 원을 들여 만든 연극 ‘에어콘 없는 방’은 단독으로 주인공을 맡은 배우 한명구의 성추행 의혹이 일자 공연이 전면 취소됐다.
‘에어콘 없는 방’ 단독 주인공을 맡은 배우 한명구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올해 12월 서울 예술의전당과 함께 만들 예정이던 일본군 위안부 소재 뮤지컬 ‘웬즈데이’ 역시 제작이 취소됐다. 윤 대표가 만든 뮤지컬 ‘명성황후’는 8일 공연분인 2900석 표가 모두 취소됐다. 서울 YWCA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단체 구매한 표를 환불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공연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연극제작사인 연극열전 등은 배우와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 관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일부 장면은 수정하기로 했다. 4월 12일 시작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여주인공 알돈자가 5명의 남성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의 표현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삼총사’도 마초 캐릭터 ‘포르토스’의 대사와 행동을 일부 바꿀 예정이다.

영화계도 비상이 걸렸다.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제작사는 배우 오달수가 조연으로 출연한 분량만 재촬영하기로 하고 대체 배우를 물색 중이다. 하지만 오 씨가 주연을 맡아 촬영을 이미 마친 ‘이웃사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컨트롤’ 등 3편은 부분적인 재촬영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주연 배우는 출연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부분 재촬영을 하더라도 최소 10억 원 이상이 더 든다. 개봉을 무기한 연기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오 씨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쉽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오 씨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이 내려져야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성추행을 한 시기가 오래돼 법적으로 결론이 날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아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tvN 역시 21일부터 시작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주인공을 오 씨에서 배우 박호산으로 교체했다. tvN 측은 “오 씨가 촬영한 3회차 분량을 폐기하고 지난주부터 박 씨가 새로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최일화가 악역으로 등장한 영화 ‘협상’ 제작사인 JK필름도 재촬영에 대해 논의 중이다. 최 씨가 조연으로 출연한 ‘신과 함께2’ 역시 최 씨가 나온 부분을 다시 촬영하기로 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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