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부시도 무역전쟁… 美 일자리 줄이고 물가만 올렸다

최혜령기자 , 박용특파원

입력 2018-03-06 03:00 수정 2018-03-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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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폭탄, 美에 부메랑”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미국 경제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 당시 실시한 수입규제 때문에 경제가 되레 망가지는 부메랑을 맞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철강 관세 면제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따라 관세 부과의 대상과 폭이 달라질 가능성까지 배제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대로 관세 부과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0만 실업자 양산한 ‘수입규제 역풍’

이번 고율관세와 유사한 무역마찰은 2002년 3월 미국이 철강제품에 부과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다. 당시 미국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자 부시 대통령은 수입 철강제품에 3년간 최대 30%의 관세를 매겼다. 유럽연합(EU)은 버번위스키와 오토바이에 대한 보복관세 카드를 꺼냈고 아시아와 남미 국가들도 유사한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무역전쟁 결과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철강 가격이 올라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철강 소비산업이 어려움에 빠졌다. 경제학자인 조지프 프랑수아와 로라 버그먼의 분석에 따르면 철강과 연계된 다른 산업에서 20만 명이 실직했다. 이 같은 실업자는 당시 전체 철강산업 근로자 18만5000명보다 1만5000명 많다.

수입규제가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지도 못했다. 2002년 9개 회사에 이르렀던 미국 철강업체는 2007년 3개로 쪼그라들었다. 관련 근로자 수는 2002년에만 10%나 감소했다.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을 압박해 얻어낸 자동차 수출량 자율제한도 미국 경제에 손해를 끼쳤다. 일본산 자동차 공급이 줄어들자 미국산 자동차 가격이 급등했고 미국 소비자들은 1984년 한 해에만 3억5000만 달러(약 3786억 원)의 손해를 봤다.


○ “비용 오르고 혁신 둔화할 것”

관세폭탄이 미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미국 내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맥주협회는 1일 “알루미늄에 10%의 관세가 붙으면 음료산업에 3억4770만 달러(약 376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3M, 엑손모빌, 듀폰 등이 소속된 미국화학협회는 “(관세 인상은) 공장 설립 및 가동 비용을 올리고 혁신을 둔화시킬 것”이라면서 “극도로 힘든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실수를 범했다”면서 “유럽 국가들과 싸우는 것은 중국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관세 폭탄으로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 값이 올라 미국 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해외로 사업을 이전해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관세부과 조치가 일자리를 내쫓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 막판 수정 가능성

미국 안팎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공식 서명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4일 “특정국에 관세 면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다르게 말한다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심에 달렸다는 의미다.

한편 중국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개막에 앞서 언론에 미리 배포한 정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철강 생산량을 약 3000만 t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중국이 철강 생산을 줄이면 전 세계 철광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핵심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대외통상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 의회, 주 정부, 경제단체와 접촉하고 3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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