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견제 위해 TPP 복귀 검토… 한국만 ‘새우 등’ 터질 우려
박정훈 특파원 , 윤완준 특파원 , 이건혁 기자
입력 2018-03-02 03:00 수정 2018-03-02 03:00
美, 中에 무역전쟁 선전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정책 어젠다·2017 연례 보고서’를 통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을 막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하순 탈퇴를 선언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의 무역정책을 대(對)중국 견제에 다걸기(올인)하는 양상을 한층 가속화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철강 수입 규제 등에 한 묶음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이 복귀 검토를 선언한 TPP에선 소외돼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난항을 겪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형국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미중 고래 싸움에 삼중고 겪는 한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로 중국 압박을 강화하면서 그 유탄을 한국이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지난해 전체 무역액(1조521억 달러)의 22.8%를 차지해, 미국 비중(11.3%)의 2배에 달한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원재료 등을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산업 구조가 형성돼 중국 의존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 가능성’을 계속 경고해왔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권고하며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산 철강 수입이 전 세계 국가에서 가장 많다는 점을 콕 집어서 지적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규제한다면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 상당수도 미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우려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이 TPP를 선택한다는 건 결국 중국 견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비판해온 TPP마저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TPP를 아베노믹스 성장 전략의 핵심이자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서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추진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뒤에도 나머지 회원국(일본 포함 11개국)만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결속하고, 이달 8일 칠레에서의 서명만 남겨놓은 상태로 진전시킨 주역이 일본이다. 이들 11개국이 협정을 체결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미국이 복귀하면 세계 GDP 40%의 초거대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한국은 이 거대한 시장에서 상당기간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한국과의 통상 문제는 한미 FTA 개정을 비롯해 세탁기 및 태양광 세이프가드,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 예고 등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통상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보고서에도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폐기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공정한 무역협상을 위해 협상을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재협상이 시작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또다시 ‘협정 폐기’를 언급했지만 목표는 ‘유리한 방향으로의 개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중국 “‘중국 위협론’ 진짜 의도가 뭐냐” 반발
중국 외교부는 1일 중국을 꼭 집어 무역전쟁을 선언한 이 보고서에 대해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중국은 이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불합리하고 과도하게 무역 구제 조치를 사용했다”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필요한 조치를 해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해온 ‘중국 위협론’에 대해서도 “이상하다. 미국이 조작해내는 중국 위협론의 배후에 있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세종=이건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정책 어젠다·2017 연례 보고서’를 통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을 막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하순 탈퇴를 선언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의 무역정책을 대(對)중국 견제에 다걸기(올인)하는 양상을 한층 가속화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철강 수입 규제 등에 한 묶음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이 복귀 검토를 선언한 TPP에선 소외돼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난항을 겪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형국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미중 고래 싸움에 삼중고 겪는 한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로 중국 압박을 강화하면서 그 유탄을 한국이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지난해 전체 무역액(1조521억 달러)의 22.8%를 차지해, 미국 비중(11.3%)의 2배에 달한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원재료 등을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산업 구조가 형성돼 중국 의존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 가능성’을 계속 경고해왔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권고하며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산 철강 수입이 전 세계 국가에서 가장 많다는 점을 콕 집어서 지적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규제한다면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 상당수도 미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우려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이 TPP를 선택한다는 건 결국 중국 견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비판해온 TPP마저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TPP를 아베노믹스 성장 전략의 핵심이자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서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추진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뒤에도 나머지 회원국(일본 포함 11개국)만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결속하고, 이달 8일 칠레에서의 서명만 남겨놓은 상태로 진전시킨 주역이 일본이다. 이들 11개국이 협정을 체결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미국이 복귀하면 세계 GDP 40%의 초거대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한국은 이 거대한 시장에서 상당기간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한국과의 통상 문제는 한미 FTA 개정을 비롯해 세탁기 및 태양광 세이프가드,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 예고 등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통상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보고서에도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폐기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공정한 무역협상을 위해 협상을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재협상이 시작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또다시 ‘협정 폐기’를 언급했지만 목표는 ‘유리한 방향으로의 개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중국 “‘중국 위협론’ 진짜 의도가 뭐냐”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우리의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수십 년간 불공정 무역과 세계 각국의 나쁜 정책으로 인해 쇠퇴해 왔다”며 ‘공정한 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359쪽짜리 보고서는 USTR가 종합 작성한 것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체제의 첫 보고서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원하는 무역정책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반면) 미국도 주권국가로서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고 적었다. 또 “중국과 러시아 등은 미국의 힘과 이익에 도전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무역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냈다”고 전했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통상법 301조를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이 매년 중국 등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입는 피해액은 6000억 달러(약 65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외교부는 1일 중국을 꼭 집어 무역전쟁을 선언한 이 보고서에 대해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중국은 이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불합리하고 과도하게 무역 구제 조치를 사용했다”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필요한 조치를 해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해온 ‘중국 위협론’에 대해서도 “이상하다. 미국이 조작해내는 중국 위협론의 배후에 있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세종=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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