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감소-오너리스크에 임대료 갈등까지… 흔들리는 면세점

손가인 기자

입력 2018-02-26 03:00 수정 2018-02-2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롯데,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돼 철수… 월드타워점-괌점포도 어려움 겪어
업계, 매출 늘어도 수수료부담 커져… 中보따리상 의존 매출구조도 문제
롯데-베트남, 호텔신라-홍콩 등 해외진출로 성장동력 확보 모색


연이은 악재로 면세점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인한 비정상적인 매출 구조와 오너 리스크,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갈등 등으로 어려움 겪고 있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이달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운영 중이던 매장 대부분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한한령(限韓令)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면세점 간 경쟁 심화로 최근 2년간 약 2000억 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불어나는 적자를 막기 위해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철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드타워점 특허도 위태롭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얽혀 법정 구속되면서 관세청이 특허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013년 경쟁입찰로 운영권을 따낸 괌 국제공항 면세점에서도 잡음이 생겼다. 입찰 경쟁사였던 DFS가 사업자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괌 법원은 이달 2일 DFS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DFS를 중심으로 한 현지 업계가 롯데면세점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롯데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다른 업체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은 인천공항 T1 임대료 인하 문제를 두고 공사와 대립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졌는데 공항공사가 T1 면세점 운영 사업자 임대료를 27.9%만 낮춰주겠다고 통보하자 “최악의 경우 철수하겠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면세점들은 한국 물건만 대량 구매해 중국으로 보내는 보따리상 ‘다이궁(代工)’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128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로 전년(106억 달러)보다 20.8% 증가한 역대 최대치였지만 외국인 이용객은 2063만 명에서 1511만 명으로 26.8% 줄었다.

면세점 업계는 매출은 늘었지만 사재기에 의존한 불안정한 매출 구조와 늘어나는 알선 수수료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져 남는 게 없는 장사라고 토로한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면세점 10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58%로 전년(4.01%)보다 크게 떨어졌다. 반면 고객을 모으기 위한 평균 송객 수수료는 매출 대비 20.5%로 2013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면세점 업체가 내야 하는 특허수수료도 50억 원에서 올해 700억 원 이상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들은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당분간 베트남 등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5월 개장한 베트남 다낭공항점이 1년도 안 돼 흑자를 낸 것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호텔신라는 올해 전체 매출의 5분의 1 이상인 1조 원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2016년 기준 국제선 이용객 수 세계 3위인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을 올해 상반기에 오픈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이미 포화 상태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어 대부분의 업체가 해외로 진출하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