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 사로잡을 평창 패션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은

이설 기자

입력 2018-02-10 03:00 수정 2018-02-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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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각국 단복 ‘패션 열전’

올림픽은 거대한 생중계 패션쇼다. 세계의 눈이 안방 TV를 통해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꽂힌다. 각국이 주요 브랜드와 손잡고 수년간 단복 제작에 매달리는 이유다. 9일 막이 오른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 디자인 측면에서 각국이 ‘패션 승부’를 펼친다.


○ 국가 상징… 과하면 ‘밉상’ 덜하면 ‘바보’

선수 단복은 상징물을 총동원해 애국심을 누가 더 세련되게 드러내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과하면 지나치다고 빈축을 사고, 모자라면 일대의 자국 홍보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빨간색, 흰색, 파란색의 멋스러운 조화. 어디서나 기본은 하는 별무늬와 줄무늬. 미국은 이번에도 성조기 덕을 톡톡히 봤다. 카우보이모자와 청바지, 웨스턴 부츠가 상징하는 ‘카우보이 패션’도 힘을 보탰다.

미국 개막식 단복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 디자인했다. 빨간색, 흰색, 파란색으로 구성된 패딩 점퍼 뒷면에 성조기와 ‘USA’ 마크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청바지와 웨스턴 장갑으로 자유로운 멋을 더했다. 미국적인 모티브를 과하지 않게 섞어 홍보와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여기에 기술력까지 과시했다. 버튼을 누르면 파카 안쪽에 부착된 발열 잉크가 몸을 데워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발열 기능을 끄고 켤 수 있다. 성조기의 온도는 3단계로 조절된다.

디자인을 맡은 곳은 미국 대표 브랜드인 랄프로렌. 이번이 벌써 6번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단복이 ‘메이드 인 차이나’로 알려져 국내 망신을 산 뒤로 원단과 제작 과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캐나다]
캐나다는 의류는 물론이고 모자, 장갑 등 액세서리까지 빨간색, 검은색, 흰색으로 만들어 통일감을 줬다. 또 단풍잎 문양과 ‘CANADA’ 글자를 곳곳에 노출해 홍보지수를 높였다.

단복을 제작한 캐나다 소매유통기업 허드슨베이컴퍼니는 특히 다양한 구성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양말을 체크무늬와 단풍잎무늬 등 여러 종류로 디자인한 것. 방한 장갑, 털모자, 야구모자, 가방, 목도리 등은 평상복으로도 손색이 없다. 허드슨베이컴퍼니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단복뿐 아니라 손수건, 유아용 보디슈트, 담요 등 다양한 올림픽 용품을 판매 중이다.


○ 숨은 애국 디자인을 찾아라

의류 강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발군의 감각을 자랑했다. 자국의 상징색을 숨은그림 찾기수준으로 섞어 절제미를 살렸다. 또 ‘스키니 핏’을 고수해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을 지켰다.



[프랑스]
프랑스 역시 국기의 파란색, 빨간색, 흰색을 본떴다. 활동적인 인상을 주는 파란색을 주색으로 쓰되 흰색과 빨간색 선을 곳곳에 배치해 재미를 줬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각도가 한쪽으로 기운 사선 디자인. 패딩 점퍼 등에 가로 세로 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지퍼를 배치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심장 부분에 위치한 라코스테의 악어 로고를 유심히 살펴보자. 그 작은 악어의 몸을 파란색, 흰색, 빨간색으로 나눠 칠해 ‘앙증미’를 살렸다. 라코스테는 단복과 동일한 제품에 올림픽 오륜기를 덜어낸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탈리아]시골 아낙도 ‘패피(패션피플)’라는 이탈리아의 단복은 엠포리오아르마니의 스포츠 라인인 엠포리오아르마니 EA7이 제작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짙은 파란색으로 통일감을 준 뒤 양쪽 가슴 바깥 부분과 로고에 국기 상징색을 썼다.

언뜻 스타일에 집중한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애국 디자인이 숨어 있다. 재킷과 스웨터의 안쪽에 황금빛 필기체로 이탈리아 국가의 첫 소절인 ‘이탈리아의 형제’를 새겼다.

스웨덴의 단복은 3번 연속으로 세계적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H&M이 만들고 있다.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발한 노란색과 파란색을 활용해 밝고 역동적인 단복을 완성했다. H&M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능성과 디자인, 스웨덴의 문화를 모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 자칫하면 균형 잃고 ‘망작’




[독일]
독일 개막식 단복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지만 부정적 목소리가 다소 우세하다. 톤 다운된 황토색 카키색에 가죽으로 된 로고가 마치 캠핑 패션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30대 남성은 “아디다스가 디자인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눈밭과 어울리지 않는 색만 모아놓은 것 같다”고 혹평했다. 독일 올림픽위원회는 단복을 공개하면서 “도시적이고 편안한 ‘어번 스트리트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스위스는 투박한 학교 체육복 같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빨강은 흰색이나 남색 등과 달리 변화를 줘야 돋보이는데 디자인이 지나치게 단순해 투박해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위스 올림픽위원회는 “스위스 국기에서 빨간색 바탕은 예수의 피를, 흰색 십자가는 예수의 십자가를 상징한다”며 “단복에는 스위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정, 존중, 신뢰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호주]
호주는 ‘차려입은 대학생 룩’ 같은 단복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호주의 광활한 자연을 상징하는 짙은 초록을 상징색으로 내세운 시도는 좋았다. 문제는 디자인. 현지 신문은 “체크무늬 셔츠와 재킷, 초록색 스웨터로 구성된 단복은 은행원에게 어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추위에 약한 선수단을 위해 100% 메리노울을 사용하는 등 보온에는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 막판까지 우여곡절도




[한국]
노스페이스가 제작한 한국 단복은 ‘북한 변수’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이 결정된 뒤 단복 디자인을 바꿔야 했다. 한국의 얼을 상징하는 흰색을 기본으로 태극기 문양의 파란색 빨간색을 적절히 활용했다. 북한 대표팀을 고려해 태극기는 한반도기로 바꾸고 오른쪽 팔의 ‘팀 코리아’ 로고와 패딩 안감에 새긴 애국가 가사는 삭제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소치 올림픽 단복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개최국의 품위가 느껴지는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자국의 도핑 스캔들로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러시아 선수단. 지난해 11월 단복을 공개한 러시아 브랜드 자스포트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흰색, 빨간색, 파란색 3색 사용은 금하며 단색 또는 2개 색으로만 단복을 만들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색톤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생쥐꼴로 출전하게 됐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제약을 뛰어넘은 모던하고 트렌디한 디자인”(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으로 평이 나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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