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토종 스피커로 글로벌 시장 석권

김민식 기자

입력 2018-02-09 03:00 수정 2018-0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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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음향

1988년 30대 중반의 젊은 기업인이 전세자금을 빼 마련한 창업자금으로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약 70평짜리 좁은 월세 공장을 얻었다. 그 무렵 시작했던 기업 중에는 좁고 어두운 공장에서 영세하게 끝나간 곳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열악하기 그지없었던 이 작은 기업은 오늘날 전 세계 TV용 스피커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르면서 한국 대표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했다.

30여 년 가까이 고군분투한 끝에 중국과 베트남, 태국, 헝가리, 슬로바키아, 멕시코 등에 공장과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벅찬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성주음향과 최윤길 회장이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스피커산업에서 37년 동안 한 우물을 파온 최 회장의 열정과 기술 노하우이다. 강원 평창 출신인 최 회장은 고교 졸업 후 부천에 있는 스피커업체 북두에 입사하면서 그의 일생과 함께하는 스피커를 만나게 된다. 스피커의 매력에 빠진 이후로 남다른 전문성을 키워갔다. 이는 성주음향의 전문성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성주음향이 생산하는 제품은 TV에 들어가는 일반 스피커가 주력이지만 고음전용 스피커, 자동차용 스피커, 고음·중음·저음을 하나의 스피커에 갖춘 시스템스피커, 홈시어터 등으로 스피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전 제품군으로 확장해 나갔다.

이때 최 회장은 차근차근 영역을 넓히면서 기본기를 잃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현재도 국내 채용인력의 대부분은 연구개발 인력으로 스피커 기술에 대한 본질을 중요시하고 있다. 기본기가 탄탄한 회사가 변화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블루투스와 4D음향 사운드가 부각될 때 이미 개발된 기술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사의 기본 저력 덕분이었다.

올해는 국내 내수시장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베트남 공장의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28일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중국 공장을 축소하고 베트남 공장을 증축하기 위해서다. 증축공사는 올 연말이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베트남 출장일정 때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의 결승전 진출경기를 현지 150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응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월드컵 때를 회상해 전 직원에게 붉은색 유니폼을 사서 입히기도 했다. 직원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성주음향은 올 연말께 스피커의 한계를 벗어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키웠다.


▼최윤길 회장 인터뷰▼
“평창 겨울올림픽, 지역출신 기업인도 응원합니다”


성주음향 최윤길 회장은 강원 평창 출신의 기업인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업을 일궈냈다. 전 세계의 이목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쏠린 지금 최 회장은 그 누구보다도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이 문화올림픽으로 성공해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염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염원을 실천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올림픽 성공개최를 염원하는 평창군민들의 정성이 담긴 대종 건립이 지난해부터 추진된다는 소식에 기꺼이 성금을 기탁했다. 이번 올림픽을 넘어 평창이라는 지역이 문화 중심지로 거듭나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었다.

최 회장과 평창의 인연은 이처럼 각별하다. 그는 최근 4년 동안 평창군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노인들을 위한 국수 500박스(1300만 원 상당)를 심재국 군수에게 기탁하기도 했다. 평창군에는 187개의 경로당이 있으며 지역특성상 평창이 몹시 추워 겨울에 먹을거리가 더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국수를 후원한 것이다.

또한 평창군에 있는 기숙학교에 장학금을 10년 이상 지원하면서 따뜻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성주음향 제품 블루투스 스피커를 전교생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기숙학교 학생들이 우리 제품으로 음악도 듣고 언어공부도 할 수 있도록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활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조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각 지자체에서 ‘산업연수생제도’를 만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케어하고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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