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부장판사 “비난 예상했지만 친인척 거론은 좀 지나쳐”

이호재 기자 , 권오혁 기자

입력 2018-02-07 03:00 수정 2018-0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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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석방 이후]“사람마다 의견 달라” 담담한 반응
항소심 판결 후 SNS에 ‘신상털이’… 법원 내부망 “석궁 쏘고 싶다” 막말
與인사들까지 “삼성과 유착” 비난
“소신있는 판사 파면청원 안될 말… 판결 존중해야” 의견도 적지않아


“판결 내리기 전부터 이런 일(신상털이)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판결이라는 게 형사든, 민사든 불만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 사람이 잘했다고 하겠습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인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사진)는 선고 이후 누리꾼들과 정치권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쏟아질 것을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정 부장판사는 6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을 내리고 나니까 오랜만에 친구들한테서 ‘네가 그 판사냐’라고 연락이 왔다”며 “재판 기록을 많이 보느라 몇 달 새 눈이 나빠져 안경도 새로 맞추고 인공눈물도 넣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친인척 관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 이것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는 건 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언론 보도에 친인척 관계가 언급된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 ‘원색적 비난’ 담긴 국민청원


“쓰레기 판사 정형식을 파면하라.”(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5일 오후 선고가 난 직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6일 오후 9시 현재 700여 건의 청원 글이 올라온 상태다.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과 정 부장판사를 특별 감사해야 한다는 청원 글에는 13만 명이 참여했다.

대다수 글에는 정 부장판사에 대한 욕설이나 지나친 비난이 담겨 판사에 대한 ‘신상털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원 글들은 정 부장판사를 ‘반역자’ ‘매국노’ ‘쓰레기’라고 지칭했다. 또 정 부장판사가 삼성그룹에서 뇌물을 받고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막말 수위가 심해지자 ‘정 부장판사 파면 청원을 그만하라’는 토론방이 열리기도 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이게 판사냐?”라며 정 부장판사의 사진을 다수 올렸다. 또 “법관이 법을 살인한 거다. 법복을 벗고 식칼을 들어라”라고 썼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라디오에서 “삼성과 법관 개인의 유착, ‘삼법 유착’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전산망에는 정 부장판사를 향한 ‘석궁 테러’를 암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원공무원 A 씨는 이날 ‘누가 석궁 만드는 법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에 “진심 쏘고 싶다”고 썼다. 그러자 법원공무원 B 씨는 댓글로 “석궁 덕분에 C고등법원장까지 승승장구했던 D 판사가 떠오른다”라고 적었다. 법원 내부에선 이 글을 삭제하고 해당 공무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 법원 판결 존중 의견 적지 않아

온라인상에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법원의 판결이니 일단 믿고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아 ‘정 부장판사 파면 청원을 그만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고 욕을 하거나 신상털이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댓글에는 “정 부장판사는 소신 있는 판사다” “기골 있는 판사들이 자꾸 옷 벗고 나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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