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광주시장 “‘광주형 일자리’ 만들어 청년들이 고향 떠나는 악순환 끊겠다”

이형주기자

입력 2018-02-01 03:00 수정 2018-0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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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시장 인터뷰

지난달 26일 광주시청 시장실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이 ‘광주형 일자리’ 추진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윤 시장은 노사와 지역사회가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한국 사회 혁신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 제공
지난달 26일 광주 광산구 삼거동과 전남 함평군 월야면 들녘에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다. 408만 m²의 빛그린산업단지(빛그린산단) 부지 조성 현장이다. 빛그린산단은 친환경 자동차 연구개발과 생산의 중심지. 광주형 일자리가 처음 적용되는 곳으로 내년 1월 1단계 부지(71만 m²)가 완공된다. 광주에는 한국전력과 연계한 에너지밸리 산업단지(150만 m²)와 인공지능(AI) 중심 창업단지(100만 m²)도 추진 중이다.

광주가 미래 먹을거리를 만드는 생산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배경에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있다. 윤장현 시장(69)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 광주를 떠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버리고 상대방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겠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궁금하다.

“대기업 일자리는 연봉 8000만 원이 넘는다. 중소기업은 연봉 2000만 원대도 수두룩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회적 임금 격차를 줄이고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로 광주형 일자리다. 대기업이나 정규직 근로자도 일과 가정의 양립 차원에서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받는다. 그 대신 교육과 의료 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소득 감소분을 이른바 노동복지로 채워 주는 것이다. 또 근로자는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기업은 원청·하청 관계를 상생 모델로 개선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처럼 노사 관계와 생산 방식을 바꾸는 지역혁신운동이자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성공하면 해외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국내로 유턴할 것이다.”


―빛그린산단의 성공이 중요해 보인다.

“세계적인 헬스케어 기업이 광주형 일자리를 염두에 두고 빛그린산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첨단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적 기업들이 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노동계의 지지도 긍정적이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광주형 일자리는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자 답’이라고 말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광주형 일자리는 반드시 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지지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실체가 없다고 말하는 걸 안다. 처음 걸어가는 길이다. 당연히 실체가 없다. 상품 제작을 위해 콘셉트와 디자인을 만드는 절차를 거치듯 광주형 일자리도 시간이 갈수록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시행 후 노사가 상생 약속을 깰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비부부가 같이 살다 보면 각종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노사가 서로 힘을 보태고 지역사회가 지원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성공한다. 아마 광주형 일자리는 대한민국을 바꿀 혁신의 단초가 될 것이다.”


―친환경 자동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광주는 연간 자동차 62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한국에서 두 번째 규모의 자동차 도시다. 광주는 1965년부터 기아차 전신인 아시아자동차 공장에서 차량을 만들었다. 현재도 기아차 광주공장을 비롯해 자동차 관련 기업이 284개나 있다. 그래서 자동차를 통한 미래의 먹을거리 확보가 절실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토니 세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에너지혁명 2030’이라는 책을 통해 앞으로 석유시대를 지나 태양광과 전기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생산이 광주를 자동차 도시로 한 단계 도약시킬 열쇠다.”


―전기차 산업 활성화 전략이 궁금하다.

“2021년까지 빛그린산단에 3030억 원이 투입돼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이곳에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관련 기업을 유치할 것이다. 전기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 생산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광주를 떠올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각국에도 한국 전기차의 메카는 곧 광주라는 이미지를 조금씩 확산시키고 있다. 올 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전기차(EV) 100인 포럼에 참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전기차학술대회에도 참석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일명 하계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 뉴챔피언 연차총회에서 친환경 자동차 도시를 꿈꾸는 광주를 소개했다.”


―앰코테크놀로지 회장에게 큰절을 해 화제가 됐다.

“반도체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한국본사를 서울에서 인천 송도로 이전했다. 동시에 생산 라인을 광주로 옮겼다. 생산 라인 이전과 함께 신규 인력만 400명이 채용됐다. 현재 앰코테크놀로지 광주공장 근로자만 4000명에 이른다. 일자리가 만들어진 게 너무 고마워 지난해 11월 시청을 찾은 김주진 회장(81)에게 큰절을 했다. 종합가전기업인 대유위니아도 지난해 본사와 공장을 충남 아산에서 광주로 옮겼다. 직원 344명이 광주로 이사 왔다. 청년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실업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은 그 가정이 축복받는 일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광주는 무엇을 준비하는가.

“조용한 혁명의 시기다. AI와 빅데이터가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 혁명의 시기에 동승하지 못하면 쇠퇴한다. 4차 산업혁명을 알고 준비한 지역과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와 사회를 바꾼 중요한 움직임에 빠지지 않았다. 이제는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 광주는 친환경 자동차와 에너지신산업, 문화콘텐츠라는 3대 밸리를 선점했다. 광주과학기술원에는 AI 창업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3대 밸리와 AI산업이 발전해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지면 광주는 4차 산업혁명의 선도 도시가 될 것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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